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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14. 2020

터널을 지나고 있단 생각이 들 때

터널은 큰 산을 가로질러가는 지름길이다.

어두컴컴한 길.

그곳엔 외로움이 있고 절망이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터널의 시작은 그 끝을 모름으로 더 오싹하다. 저 멀리 한 줄기 빛이 보인다면, 얼마든지 참고 나아가겠다는 희망이 있을 텐데 끝없이 이어지는 어둠은 희망의 새순을 잘라 버린다.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터벅터벅 앞으로 나아간다.

왜 그리도 앞으로 나아가는지 알 수 없는 요란한 숙명 속에서 발걸음은 무겁다. 벽을 짚고, 바닥을 살피며 나아가는 그 길은 험난하다. 어떤 구덩이가 있을까, 또 어떤 장애물이 있을까. 무엇보다 왜 이 터널에 오게 되었는지를 당최 알 수 없으니 억울한 마음은 군대와 같이 몰려온다.


그러다 어둠에 익숙해지고 주위의 희미한 낯빛들이 보일 때, 그것은 곧 나의 얼굴이자 표정임을 직감한다.

어쩌다 이 어둠 속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분명 내 두 발로 들어왔음을 자각한다. 결국 내가 걸어온 그 길에 터널과 어둠은 있는 것이고, 그제야 비로소 나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 누구도 이 터널 안으로 나를 등 떠밀지 않았다.

나를 돌아볼 때 왜 이 터널이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나의 온 지난날을 돌이켜 나는 걸음의 속도를 낮추고 비로소 그 어둠을 수용한다.


어둠 속에서 내 온몸의 촉각과 영혼의 감각은 살아난다.

오히려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익숙해지는 어둠과 소리. 그리고 스산하지만 시원한 그 공기.


터널은 다름 아닌 내가 선택한 길이다.

그 끝이 있고 없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여기서 걷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느낄 수 있고, 숨 쉬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


그리고 깨닫는 또 하나.

터널은 큰 산을 가로질러가는 지름길이다.


멈추지 않고, 터널 안에서의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그것은 형벌이 아니라 나의 선택이 된다.

되살아난 촉각과 감각은 터널 밖에서 발휘될 나의 무기가 된다.


어떤 길을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길이 중요하단 걸 나는 나에게 다시금 읊조린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발걸음이 생각보 무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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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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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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