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Jun 06. 2020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라는 비말

'비말'도 '충조평판'도 마스크가 필요하다. 너와 나를 위해!

'비말'의 시대
비말: 튀거나 날아올라 흩어지는 물거품들

- 어학 사전 -


작금의 시대에 맞춰 '비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분명 그것은, 그리 친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처음 들었을 때, 그 뜻을 미루어 짐작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용어가 되었는데 그만큼 지금의 사태가 일상 즉,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현재의 '비말'은 사람 간에 영향을 주는 형태의 의미가 더 강하다.

사실, 우리나라 기존의 문화를 볼 때, 비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찌개 하나 놓고 각자의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는 문화에서 비말은 문제도 아니었다. 상대가 말할 때 침 몇 방울 튄 걸로 민감해하는 사람이 오히려 예민한 사람으로 여겨졌고, 교실 맨 앞자리에 앉으면 교수님 침으로 세수한다는 농담도 자연스러웠다.

우리 특유의 집단 문화에서 비말은 어쩌면 좀 더 친근한 표현의 다른 말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개인화가 되고, 게다가 전염이라는 공포가 창궐한 지금은 '비말'의 의미와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졌다. 아니, 달라진 정도가 아니고 서로에게 혐오가 생길 정도로 무서운 것이 되어버렸다.


바야흐로, '비말'의 시대인 것이다.


'비말'과 '충조평판'


그런 차원에서 '충조평판'도 '비말'을 닮았단 생각이다.

먼저, 그 둘 다 입에서 나온다. 뱉어지는 것이고, 의도치 않게 퍼지고 확대되는 것이다.


집단주의가 만연할 때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공동체에서 조금이라도 튀는 사람들에게 충고, 조언, 평가와 판단은 어김없이 튀어 날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개인주의가 많이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그러한 습성은 많이 남아 있고, 그렇다 보니 나보다는 남의 시선을 더 많이 신경 쓰는 게 사실이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충조평판을 쉽게, 비말처럼 날리고 있었음을 고백하고 반성한다.


하지만, 비말이 더 이상 친근함(?)의 표시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게 된 이상.

충조평판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함부로 비말을 날리면 안 되듯, 충조평판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되는 시대다. 충조평판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유쾌하지가 않다. 문제는, 충조평판을 쉽게 날리는 사람들은 그게 충조평판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받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쉽사리 다른 이에게 충조평판이란 비말을 날린다.


비말이 누군가에게 큰 실례와 공포, 혐오가 된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쉬이 깨달을 수 있다.

충조평판도 누군가에게 그렇다는 것이다.


'비말'도 '충조평판'도 마스크가 필요하다.
너와 나를 위해!


비말을 막기 위해 우리는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쓰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쓰는 이유가 더 크다. 나는 괜찮다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던 사람들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쓴다. 시민 의식이 높은 우리네는 또 빠르게 적응을 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를 쉽사리 충조평판 하려 할 때, 마음의 마스크를 떠올려야 한다.

비말처럼 바로 튀어나간 충조평판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그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혐오로 바뀌거나 공포 그 자체가 된다.

충조평판을 하는 이유는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도로 말한 것일 텐데, 전혀 그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반발심만 더 커진다. 그렇다면, 그 말을 던진 사람도 마음은 편치 않고 괜한 오해를 사게 된다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결국, 괜한 충조평판 한 번으로 상대방을 아주 쉽게, 그리고 아주 빨리 잃을 수도 있다.




다시, 마스크를 쓰는 이유를 되짚어보면 나를, 또 상대방을 위해서다.

실제로 마스크 덕분에 수많은 감염이 예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충조평판도 마스크의 덕을 좀 봐야 한다.


웬만하면 쉽사리 충조평판 하지 말고, 마스크로 한 번 걸러보는 것.

또는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오면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듯 기침예절, 그러니까 충조평판 예절을 한 번 지켜보는 것. 꼭 해야 할 말이라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상대방을 염려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마음의 마스크를 느끼게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것들이 그나마 서로에게 좋지 않은 기운을 전염시키지 않는 최소한의 예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이러나 저러나 마스크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OO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