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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5. 2020

싫은 이는 좋아질 수 없고, 좋은 이는 싫어질 수 있다

채우기보단 비워야 할 때라는 깨달음

굳이 직장생활을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표현하자면,
나는 마이너스에 한 표를 던진다.


사람 관계를 보면 확연해진다.

직장엔 싫은 사람이 만연하다.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 사사건건 토를 다는 사람. 같은 월급쟁이들끼리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는 사람. 그냥 이유도 없이 싫은 사람. 나보다 잘난 것 없는 것 같은데 이유를 모르게 잘 나가서 싫은 사람 등.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절대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업무를 위해서, 또는 내가 더 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적과의 동침은 하더라도, 감정이 어긋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이 감정에 아무리 강력한 접착제나 최첨단 테이프를 붙여도 절대 봉합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싫은 건 싫은 것이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며 서글픈 건, 좋았던 사람도 싫어질 수 있다는 것.

많이 믿었는데 내 험담을 뒤에서 한 사람, 결국 일로 엮여 너와 내가 으르렁 대야 할 때 본심이 튀어나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 알고 보니 자신의 정치를 위해 나를 이용한 사람, 나의 적과 손잡고 나를 배반한 사람 등.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의 감정은 더 크다.

그리고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이 더 힘드냐, 이런 인간관계가 더 힘드냐를 묻는다면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싫은 사람은 좋아지지 않고 좋았던 사람이 싫어질 수는 있으니, 그야말로 직장생활은 마이너스인 것이다.


채우기보단
비워야 할 때라는 깨달음


그러나 나는 이 과정이 싫지만은 않다.

무언가를 채우려 할 때보다, 무언가를 비워내는 것이 더 편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나이와 경력이 늘어 좋은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하나 좋은 건 깨달음의 농도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즉, 나이와 경력은 다른 누군가에게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어긋남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쌍방 과실이다. 그러니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 모두 포용해야 한다. 여기서 포용이란 억지웃음을 지으라는 말이 아니라, 그러한 관계를 객관적으로 놓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내가 누구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안된다는 유아적 발상은 금물이다.


더불어, 직장에서 사이가 좋거나 친한다고 한들 그 관계도 영원할 수 없다.

어차피 먹고살기 위해 만난 사이이므로, 예외가 있겠지만 정말 마음속 깊은 뼛속까지 함께하는 사이가 되기란 쉽지 않다. 군대에서 약 3년 여간 같이 먹고 자고 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친한 사이로 남기 어렵다. 제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냈더라도 말이다. 직장도 이와 같다. 그런 사이를 운 좋게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러하지 않은 상황이 더 많으니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직장에서의 인연은 자신의 밥그릇을 두고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것을 욕하거나 뭐라 해선 안된다. 나도 그럴 것이고,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자 행동이다.




그러니까, 플러스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어차피 어긋날 사이라면 어긋나게 되어 있고, 나 혼자만 큰 기대를 안고 있기보단 떠날 사람은 보내주는 게 맞다.


인간 관계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야 한다.

방이나 거실만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인맥이라는 기대 아래 모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려는 욕심은 정리하여 버려야 한다. 삶의 질은 채울 때 말고, 비울 때 올라간다.


많이 먹으면 다음 날까지 뱃속이 더부룩한 나이와 직급.

음식을 적게 먹을수록 뱃속이 편한 것처럼 인간 관계도 비워감으로써, 그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음으로써 속이 편해진다.


결국, 깨달음은 플러스가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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