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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15. 2016

[쪽 소설] 쇼핑하는 여자의 고민

오늘도 고민은 계속된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한 여자는 갑자기 조급하게 쇼핑을 하고 싶어 졌다.


쇼핑은 여자에게 있어 배제할 수 없는 단어다.

더불어 심신을 안정시키는, 현대 사회에서는 처방과도 같은 역할도 한다.


물론 처방이 지나친 경우 부작용도 생긴다.

요즘은 남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 한 번은 과소비라  생각되어서, 또 언젠가 한 번은 별다를 것이 없어 쇼핑을 멈춘 적이 있다.

그러는 와중에 결국 또 쇼핑을 하고 싶어 졌다.


요즘 이 여자의 고민은 쇼핑을 하고 싶다고 아무거나 사고 싶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젊었을 때는 무조건 살 수만 있다면 좋은 줄 알았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안 하냐는 주위 사람들의 질문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다 보니 조금의 안목이 생긴 것 같다.

좋아 보인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 자신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쇼핑을 하는 눈도 달라졌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 유명한 것, 남들이 사서 들고 다니는 것, 유행을 선호했다.


지금은  브랜드보다는 실용성이, 남들 다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 비싼  것보다는 맘 편히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이 좋다.

값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만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다.


여자는 각종 광고가 난무한 백화점을 뒤로하고 작은 쇼핑몰로 향했다.

무언가에 현혹되어 사기보단, 원해서 사고 싶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내가 물건을 사용한다기 보단 모시고 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화려함에 이끌려 사다 보면.


물건에 이끌려 가지 않고, 내가 물건으로 다가가 본다.

내실을 따져보고, 나와의 조화를 살펴보고,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느낌이 중요하다.

싸고 좋은 물건이라도, 느낌이 없으면 그만이다.


느낌이 있고 좋은 물건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다.


여자는 또 어릴 때를 돌아본다.

어릴 때 여자는 유명 브랜드의 물건을 좋아했다.


밋밋한 게 싫었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박혀 있고, 뭔가 끌리는 그러한 것들만 눈에 보였다.


첫 눈에 반한다는 말,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본 찬란한 모양의 알파벳 배지는 거의 눈을 멀게 했고, 결국 첫 눈에 반해버렸다.


지극히 화끈했다.

이 걸 갖고 다니면 누구나가 다 나를 보며 부러워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크게 박힌 브랜드는 유행을 타고 으레 후회를 하곤 했다.

무서운 건, 후회는 잠시. 다시금 눈이 가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반짝이는 것. 좀 더 큰 로고.  좀 더 알아주는 것.

세상엔 자극적인 것 투성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고,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을 터.

'자극적'이란 말 자체가 자극적이고 중독되기 쉽다.


때로는 무조건 디자인에 끌리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다.

보기 좋으면 그만이란 생각이 앞섰다.


그런데 열에 아홉은 디자인에 비해 실용성이 따라오지 못했다.

실용성이  뒷받침되는 경우도 디자인에 가려 한계가 있었다.


문제는 알면서도 속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시각은 이성에 우선하고, 여자도 다름 아니다.


가끔은 무조건 실용성을 우선하기도 한다.

이런, 뭔가 편하긴 한데 들고 다니기는 좀...


이내 싫증이 나고 만다.

이도 저도 아닌 그러한, 쓰고 마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여자는 이제 진실한 물건이 절실하다.

본인에게 꼭 필요한 그 무엇이랄까.


유명한 것이, 비싼 것이, 디자인이 끝내 주는 것이.

자신을 더 이상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여자는 갑자기 '가치'란 단어를 생각해 냈다.

뭔가 가치를 따지고 싶었다.


물건을 보며 가치를 대입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뿐만이 아니라, 미래를 봤을 때도 가치가 있는지.


여자의 사랑은 그랬다.

있어 보이는 것에, 성격만을 보기도 했고, 겉모습에 열광하기도 했었다.


이젠 정말 가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어 졌다.

또다시 무언가에 혹하게 될지라도.


여자는 무척이나, 그렇게 쇼핑에 골몰했다.

물건에.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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