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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15. 2016

[쪽 소설] 배고픈 사내의 고민

사내는 무언가에 미치도록 고프다.

여기 한 사내는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픔은 본능에 의한 것이다. 고로, 거부할 수가 없다.


언젠가 한 번은 과식으로, 또 언젠가 한 번은 내키지 않아 음식을 멀리 한 적이 있다.

그러는 와중에 결국 또 배가 고파왔다.


요즘 이 사내의 고민은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고 싶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젊었을 때는 무엇을 먹어도 배만 채우면 되었더랬다.


사내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는 먹고 싶은 음식보다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었던 것 같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살  즈음되다 보니, 이제 좀 안정이 된 것 같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수 있게 되다 보니 드는 생각이다.


식당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어릴 때는 값이 싸거나, 분위기가 끝내 주거나, 맛집으로 소문난 곳을 선호했다.


지금은  분위기보다는 맛이, 너무 번잡한 곳보다는 사내의 맘을 편안하게 하는 곳이  좋다.

값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정도만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다.


사내는 누군가 소개해준 식당을 거부하고 오늘 이 식당에 왔다.

누가 소개해준 식당은 영 마뜩지 않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맛이 없을 때 누군가를 탓하기도 싫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본다.

메뉴는 식당 주인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는 매뉴얼과 같다.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그리고 많이 팔아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짐작 가능하다.


때로는 그러한 것이 모호한 메뉴가 있다.

그럴 땐 가차 없이 식당을 박차고 나온다.


사내는 또 어릴 때를 돌아본다.

어릴 때 사내는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했다.


밋밋한 게 싫었다.

자극적이고 뭔가 끌리는 그러한 음식만 생각났다.


첫 입에 반한다는 말,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맛 본 자극적인 그 맛은 절대 잊지 못하고, 결국 첫 입에 반해버렸다.


지극히 화끈했다.

세상에 이런 것도 있구나... 사내는 그리 놀란 적이 삶에 있어서 몇 번 없었다.


하지만 결국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나면 으레 후회를 하곤 했다..

무서운 건, 후회는 잠시.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화끈한 것, 좀 더 짠 것, 좀 더 달달한 것.

세상엔 자극적인 맛 투성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고,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을 터.

'자극적'이란 말 자체가 자극적이고 중독되기 쉽다.


때로는  겉모습이 번지르르한 요리를  선호하기도 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나 할까.


그런데 열에 아홉은 겉모습에 비해 맛이 따라오지 못한다.

맛있는 경우도 맛에 비해 값이 비싸기 일쑤다.


문제는 알면서도  속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시각은 미각에 우선하고, 사내도 다름 아니다.


가끔은 새로움을 위해 퓨전 음식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어라, 사내는 뭔가 새롭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내 어설픔을 느끼고 만다.

이도 저도 아닌 그러한, 그러고 마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내는 이제 소소한 밥상이 그립다.

엄마 손맛의 그런 맛이랄까.


자극적이지 않아 심심할 수도 있는 맛.

그러나 돌아보니 가장 맛있었고 생각 나는 그 맛.


사내는 갑자기 '안정'이란 단어를 생각해 냈다.

뭔가 안정적이고 싶었다.


안정적인 맛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나이라는 숫자가 사내를 그리 만들었다고 해도 좋다.


사내의 사랑은 그랬다.

자극적이고,  겉모습에 혹하기도 하고, 비싸 보이는 것에 열광하기도 했었다.


이젠 정말 안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어 졌다.

또다시 자극적인 그것을 찾아 나설지라도.


사내는 무척이나, 그렇게 배가 고픈 모양이다.

음식에. 사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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