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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7. 2020

직장인, '때문에'보다 '덕분에'를 더 많이 떠올릴 것

모든 건, 나를 위해서고 나로부터다.

"여기, 숫자가 잘못되었는데?"


순간 여러 감정이 몰려온다.

그렇지 않을 거라는 현실 부정,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한 당황. 그리고 누군가에게 치부를 들킨 것 같은 모멸감과 내가 왜 그랬을까란 자괴감까지. 마감 기한이 얼마 없어서 그런 것 아니었냐는 자기 합리화와 그 상황에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위로는, 실제로 틀린 숫자를 발견했을 때 그 앞에서 모두 소멸한다.


짧은 마감 시간 때문에.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나에게 시켰기 때문에.

그냥 허투루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을 꼭 그렇게 실수를 밝혀내고 이야기한 사람 때문에.


그 순간, 온통 내 머릿속에는 '때문에'란 말로 가득 차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와 동시에 틀린 숫자나, 그 실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나만이 나를 다그치고,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이라고 현실 부정하는데 여념이 없다.


'때문에'란 말은 그래서 위험하다.


나를 향한 화살촉을,
약침으로 바꾸는 한 마디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다.

본사에서는 온갖 지표를 들이대며 사업 현황을 모니터링한다. 그 가짓수가 엄청나므로 마치 그것은 날아오는 화살촉과도 같다. 이걸 피하면 저걸 맞고, 저걸 피하면 그걸 맞는다. 아무리 꼭꼭 숨어봤자 드러날 수밖에 없는 나의 부족함 앞에서, 자존감은 쪼그라들기 마련. 나는 잘한 것은 없고, 뭔가 문제가 있는 존재로만 하염없이 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깨달은 바가 있다.

날아오는 화살들은 무지막지하고 인정머리 없어 보이지만, 결국 그러한 지적들이 나를 살린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에 대한 'Warning'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갑자기 등이 따가워서 그곳에 박힌 화살을 보니, 나는 과연 그것에 해당하는 '어떤 일'을 안 챙기고 있던 게 맞았다. 시급히 화살을 빼고 치료를 하고, 그 일을 돌아보니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날아오는 화살들은 내가 돌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시그널'이었던 것이다.

너무 많은 화살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지만, 그 시그널을 보고 아픈 몸과 맘을 추슬러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돌보다 보면 어느새 화살촉들은 약침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에 이르러, 결국.

이렇게 읊조릴 수 있다.


"그 지적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네!"가 아니라, 그 지적들 '덕분에', 더 큰 이슈를 막을 수 있었구나!"


'때문에'란 말보다
'덕분에'란 말을 더 많이 떠올릴 것


앞서 숫자를 틀린 모든 이유와 원인은 나에게 있다.

그러나 '때문에'란 말을 하는 순간, 모든 잘못은 짧은 마감 기한부터 심지어는 그 실수를 발견한 사람에게까지 전가된다.


그 실수를 발견해준 사람은 오히려 고마운 사람이다.

틀린 숫자가 있는 보고서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데, 만약 Top management에게 잘못된 보고서가 그대로 올라갔다면 어땠을까.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실수를 발견해준 사람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때문에'란 말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떠올린다.

기본적으로 나를, 내 마음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 머문다면 타조가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위험한 것들이 자기를 스쳐 지나가길 바라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나를 향해선 '(나) 때문에'란 말을 쓸지언정, 모든 언어를 '덕분에'로 바꿔보면 직장 생활에서 성장할 여지는 더 커진다.

마감기한이 짧은 덕분에 나는 일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고, 가뜩이나 정신없는 나에게 일이 온 덕분에 멀티 태스킹 역량이 증가되었고, 실수를 발견해준 사람 덕분에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는 이것을 실천해 볼 때 알게 될 것이다.

그저 장밋빛 긍정의 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긍정'은 그리 밝거나 우아한 빛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긍정'은 어둠에서 그리고 실패와 좌절에서 꺼내고 찾아내야 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햇빛 쨍쨍한 날, 날씨 좋다고 기분이 좋은걸 긍정이라 할 수 있을까.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이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내 마음과 관점을 바꾸는 그것이 진정한 '긍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덕분에'란 말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긍정의 한 마디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탓'할 시기는 지났다.

모든 건, 나를 위해서고 나로부터다.


직장생활은 결국, 내가 해내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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