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이 좋긴 하지만 그보단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 쓴 맛을 각오하고서라도 인생을 배우고 싶다는 의젓한 태도가 삶을 이끈다.
반면, '타의적 어른'은 강요당한 어른이다.
그 강요는 사회로부터, 나이로부터, 역할로부터 온다. 나는 피터팬으로 남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 나이가 주는 압박,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숙명까지.
사실, 우리는 모두 '자의적 어른'과 '타의적 어른'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서성이는 존재는 성숙하지 못한 것이므로, 어쩌면 우리의 방황은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어른이라는 전환점 그리고 계약서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른'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쓴 그 순간이 바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나는 정말 어른인 걸까. 나는 언제 어른이 된 걸까.
어른인지 아닌지, 언제 어른이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전환점을 이미 지났으므로 그에 대한 답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살면서 '계약서'를 쓸 때면 이 두 가지 질문을 떠올리고 자문자답 한다.
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보니 나는 어른이 되었구나. 그래, 계약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나는 어른이었어.
과연, 그렇다.
근로 계약서, 보험 계약서, 대출 계약서, 매매 계약서, 출간 계약서 등은 우리 숨을 조여 온다. 계약 관계 사이엔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은 권리와 의무를 기반으로 한다. 제대로 읽지 않거나, 허투루 계약서를 대하면 권리를 챙기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의무를 질 수도 있다.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
깨알 같은 글씨를 끝까지 읽어야 하는 존재.
서명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
그게, 어른인 것이다.
P.S
출간 계약은 설렌다.
게다가 내가 '갑'이 되는 몇 안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출간 계약서에선 작가가 '갑'으로 표기된다. - 작가 주 -)
그러나,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다는 그러니까 그 '하고 싶은 일'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언제까지 완료를) '해야 하는 일'로 무섭게 돌변한다.
계약서와 계약금을 받아 든 나는, 서명 하기 전의 설렘과 서명하고 난 후의 압박 사이에서 그렇게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