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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0. 2020

내가 가는 길

문득, 나는 나의 발을 내려다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장함을 느낀다.

내가 최고야.


뇌가 말했다. 

내가 생각 없이 한 번 살아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 말 몰라? 내가 생각하지 않는 순간 너희는 존재하지도 못한다고.


무슨, 너흰 내가 없으면 살 수 없어. 

입이 삐죽거리며 말했다. 

내가 한 번 아무것도 안 먹어 볼까? 내가 입을 벌리지 않으면 너희 모두는 배고파서 쓰러지고 말 걸?


야, 조용히 해라. 내가 없으면 누가 네 입에 음식을 넣어주냐? 내가 있으니까 음식도 먹을 수 있는 거야!

손이 허공을 가르며 조목조목 말했다.


어허, 다들 조용! 지금 우리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우리들끼리 싸우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야. 어느 길로 갈지, 다 같이 모여 의견을 모아야 해. 자꾸 그러면 아무 길로나 가버릴 거야!

발이 진지하면서도 초조하게 말했다.


내가 지나 온 길


지나 온 나의 길을 돌아보면 많은 상념이 개입한다.

머리로 깊이 생각하고, 이것저것 조건을 따져보며 걸어왔을 그 길엔 후회와 아쉬움이 적잖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어이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했고, 그 어떤 걸 선택해도 100% 만족은 없었다.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이 머리와 맘을 맴돌았다.


삶이라는 길은 절대 곧지 않다.

곧지 않을뿐더러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많은 갈래를 뻗어 낸다. 왜 내 앞에 길이 주어졌는지, 왜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운명이기에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은 애처로우면서도 애잔하다.


그렇게 '지나 온 길'은 꽤 세련되지 못하고, 허름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가는 길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 가고 있는 나의 길이다.

지나온 길은 참고가 될 뿐, 앞으로 펼쳐질 길이 지나온 길과 같으리란 법이 없다.


앞서 말한 이야기에서.

'뇌'는 '생각'을 의미한다. '입'은 '말'을 의미한다. '손'은 '기술' 또는 '역량'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발'은 '실천'을 의미한다.


갈림길에서 나는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지만 결국 발을 내딛는 건 '실천'의 힘이다.

한 발자국 내디뎠다면, 갈림길은 하나의 길이 되고. 그 순간,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게 중요한 순간이 된다.


그 순간은 '협치'의 순간이 되어야 한다.

생각과 마음, 기술과 역량. 그리고 실천이 어우러져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도 과감하게.


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그러하지 못했다.

머리 따로, 마음 따로. 내가 가진 역량은 제대로 돌아보지 않고, 실천은 뒤로 한 채 입만 앞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갈림길을, 새로운 길을, 쉽지 않은 길을 걸을 '발'에 온 관심을 기울여 보고자 한다.

'실천'의 힘을 내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각 기관과 감각의 힘을 집중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뎌야겠다고 말이다.




물론, 앞으로의 여정도 완벽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덜 허름하게, 덜 아쉽도록. 그리고 좀 더 세련되게, 조금은 더 대견하게 나아가자고 다짐한다.


문득, 나는 나의 발을 내려다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장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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