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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2. 2020

이제는 내 삶과 그만 싸워야지

누가 이기든 말든, 이제 나는 관심이 없다.

소란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시절이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나는 자꾸만 어두워지려 하는지. 돌아보면 배울 것이 있고, 나는 한 뼘 자라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소란함들은 내 마음을 자꾸만 보채고 흔든다.


흔들림을 달래려 나는 집을 나선다.

늦은 밤 내천에는 흐르는 물과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물풀들로 분주하다.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나와 걷고 달리는 사람들. 그중 한 사람이 되어 나는 걷고 뛴다.


역시 걷기는 기분을 뒤바꿔주는 재주가 있다.

안개처럼 뿌옇던 머릿속이 성능 좋은 공기 청정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이내 맑아진다. 

'그래, 다시 힘내서 이 상황을 이겨내 보자!'

나는 불끈 주먹을 쥐고 걷기의 속도를 높여 달리다,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왜 '이긴다'는 표현을 썼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내 삶의 매번 매 순간 어려웠던 적에는 이 말을 쓰곤 했다. 


나를 이기거나.

남을 이기거나.

상황을 이겨내거나.


이겨낸다는 건 싸움이 전제된다.

그렇다면 나는 삶의 대부분을 싸워왔단 말일까?


'나'와 '남' 그리고 '상황'을 묶으면 그것은 내 '삶'이다.

결국, 나는 내 '삶'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던 것. 그러니까, 나는 내 삶과 그토록 싸워왔던 것이다. 이런 이런. 이토록 어리석은 중생이라니.


그 모습은 마치 허공에 주먹질을 하다 제 풀에 꺾여 넘어진 아이의 모습과 같다.

그 싸움은 성립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이긴다고 한들 나에게 남는 건 없다. 아니, 상처와 아픔 그리고 자책감만이 남는다면 남는달까. 


결국, 내 삶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나 자신이다.


삶은 이겨내고 싸워야 하는 게 아니라, 잘 받아들이고 잘 보내는 것이다.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이 안 될 일이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는 티베트의 격언처럼. 내 삶에 몸부림치고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나가는 과정에 내가 있음을 그저 인식해야 함이 맞다.


이제는 내 삶과 그만 싸워야지 마음먹는다.

이제는 투정 부리며 나에게 시비 걸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누가 이기든 말든, 이제 나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나와 내 삶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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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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