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말을 자주 사용해야겠다.
"쟤네 집 잘 산다며?"
'잘 산다'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을 때가 당연히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 처음으로 그 말을 내뱉었다면 위의 말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쟤네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할 거고, 그래서 여유가 있을 거고, 또 그래서 마음이 편하니까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그러니까, '잘 산다'란 말을 내가 아닌 남에게 먼저 사용했음이 틀림없다.
나 스스로 '잘 살고 있다'라고 큰소리쳐 사람들에게 외쳐 본 적 있는가? 나는 없다.
잘 지내? 아니, 못 지내. (아니면, 못 이긴 척 어 잘 지내...)
잘 있어? 어, 뭐 그럭저럭.
별 일 없지? 어 없지 뭐.
남들이 잘 사는 것엔 그렇게 예민하면서, 정작 우리 삶엔 시큰둥하다. 우리는.
나만 빼고 다들 잘 사는 것 같은 세상. 나만 제대로 살면 모두가 잘 살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나를 뒤흔든다.
'잘 산다'라는 말을 외부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먼저 덧대어 보면 어떨까.
삶은 얄미운 숨은 그림 찾기와 같아서, 내가 들춰내지 않으면 곧이곧대로 그러한 순간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요상한 심술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가족들과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주말 어느 한 낮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어슬렁 동네들 돌아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글을 쓰자고 모니터 앞에 앉아 써지지 않는 글과 씨름하고. 때론 술술 써지는 작은 기적에 기뻐하고.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걱정을 하고.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컥하기도 하고.
그 느낌을 느끼지 못한 것일 뿐.
아니, 안 느끼고 있거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남의 삶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느라 분주했던 마음을 추슬러,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본다.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은 나로부터다.
그것은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는 고유함이다.
'잘 산다'는 말을 자주 사용해야겠다.
밖으로부터가 아닌, 내 안에서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