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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2. 2020

직장인에겐 퇴근과 주말이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결국 '퇴근'과 '주말'에 있다.

직장인에겐 글 쓸 시간이
있을까 없을까?


직장을 다니면서 언제, 어떻게 그 많은 글을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충분히 이해되는 질문이다. 글을 쓰지 않던 그때를 돌아보면, 퇴근 후 내가 할 수 있던 건 누워서 휴대폰 보는 것 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자니 시간은 늦었고, 운동을 하자니 귀찮고, 독서를 하자니 피곤하다는 온갖 변명만 난무했다. 글을 쓴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한 마디로,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그저 나는 본능에 충실하게 먹고, 보고, 누워 있는데 익숙했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했으니 쉬어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도 한몫했다.


직장인에겐 글 쓸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글쓰기로 마음먹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다짐은 다짐이고, 실천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결심과 다짐을 크게 했더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영화, 운동, 독서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한낱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수밖에 없다.


혼자 있는 시간에 주목할 것


흔히들 직장생활을 전쟁터에 비유한다.

소리 없는 총성이 가득하고,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모를 그 삭막함이 나를 감싸기 때문이다. 나는 그 비유에 흔쾌히 동의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진실의 명제를 나는 신봉한다.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직장과 전쟁터는 그렇게 닮아 있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엔 매우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바로 '퇴근'과 '주말'이다. 전쟁터엔 '퇴근'과 '주말'이 있을 수 없다. 적군은 그것들을 가리지 않는다. 아주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직장엔 분명 '퇴근'과 '주말'이 있다. 업종과 직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날짜와 요일이 다를 뿐 그에 상응하는 시간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주목한다.

글은 혼자 쓰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글쓰기는 같이 할 수 없다. 같이 해서도 안된다.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그 이야기를 누가 대신하거나, 그 이야기에 개입해선 안된다. 그러니, 글을 쓰기 위해선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결국 '퇴근'과 '주말'에 있다.

나는 어느 날 퇴근 시간이 정말 고유하게 나 혼자 있는 시간이란 걸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집에서는 가족들과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퇴근 시간'은 놀랍게도 나 혼자 오롯이 있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퇴근 시간엔 전철이나 버스를 놓칠까 발걸음을 재촉한다.

집에 가서는 결국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그리 빨리 집으로 향하려 했던 걸까. 다리에 힘을 빼고 속도를 늦췄다. 그러자,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보이는 한강과 나무 그리고 꽃. 나와 같이 분주한 사람들과 상기된 얼굴들. 그 모든 풍경이 나에겐 어떤 영감이 되었다. 영감은 곧 글의 소재가 된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충실히 보내고도 남을 그 어떤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난, 가족들은 아직 자고 있는 아침 시간. 또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후의 그 어떤 시간. 그것도 아니라면,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좋다.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나 글을 쓰고 싶다는 결심을 했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 노력한 적이 있는지.


글쓰기는 결국 시간이 날 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하고 그 시간은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직장인 글쓰기,
'퇴근'과 '주말' 활용법


자, 이제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과 그 시간은 결국 '퇴근'과 '주말'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이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퇴근'시간은 글쓰기를 위한 준비운동의 과정이라 보면 좋다.

갑자기 운동을 하려 하면 근육에 무리가 가거나, 아니면 아예 움직이기 싫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하자고 마음먹는 순간 그 자리에서 바로 무언가를 술술 써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다.


준비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서서히, 몸과 마음을 풀어주어야 운동이든 글쓰기든 시작될 수 있다. 퇴근 시간, 오롯이 혼자 거니는 그 과정에서 'BW(Brain Writing)'을 한 번 해보자. 내가 오늘 집에 가서 글쓰기를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까? 도입부를 어떻게 잡을까? 사례나 명언은 어떤 걸 사용할까?

머리로 생각하고, 휴대폰 앱에 메모를 한다. 오늘 직장에서 있었던 일도 좋고, 퇴근길에 마주한 단상들 그리고 지난날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놓은 영감과 글감 그리고 메모들은 집에 도착하거나 주말에 풀어 나가면 된다.

퇴근 시간을 '준비운동'으로,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본 운동'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직장인에게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시간 활용'과 '소재 활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니까, 한 번에 소재를 생각해내고 억지로 하얀 여백을 채우려 할 필요가 없다.

그럴수록 글쓰기는 이어지지 않는다.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직장인이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활용하는 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직장은 전쟁터와 같지만 어찌 되었건 '퇴근'과 '주말'이 있다는 걸 알아챌 것

둘째, 글쓰기를 위해선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야 함을 이해할 것

셋째, '혼자 있는 시간'은 '퇴근'과 '주말'에 있다는 것을 인지할 것

넷째, 퇴근시간을 글쓰기 '준비운동'으로, 퇴근 후나 주말 시간을 글쓰기 '본 운동'으로 활용할 것

마지막으로 본업과 글쓰기 시간은 엄격하게 구분할 것.


직장인에겐 글 쓸 시간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글쓰기를 위해서 우리는 셋 중 하나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있는 시간을 찾아내거나.
없던 시간을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둘 다를 병행하거나.


그렇다면, '퇴근길'과 '주말'은 글쓰기를 마음먹은 직장인에게 더없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재정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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