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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18. 2020

글 쓰기를 방해하는 것들

그 온갖 방해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나'로부터 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직장인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직장인은 고달프다.

고달픈 게 직장인이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이렇게 보니, 정말 갑자기 고달파진다.


그러나, 고달픈 존재일수록 깨어 있어야 한다.

그 피곤함과 나른함에 익숙해질수록 직장인은 '나'를 잃어 간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나'는 없는 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고달픔에 이끌려 소비한 많은 것들이 보일 것이다. 수많은 택배 물건들, 손을 뻗거나 터치 한 번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들,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이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자기계발 관련 키트들.


그것들 안엔 직장인의 공허함과 그 마음을 달래려 했던 고군분투가 엿보인다.

그런데 왜 결국 그 모든 것들이 그저 '소비'로만 끝나게 되는 걸까?


직장인은 많은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그 방해로 인해 '나'라는 존재가 점점 더 옅어지기 때문이다.


직장생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달프고, 시간도 없으며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직장은 나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지만, 달리 생각하면 나를 방해하는 거의 대부분이 직장으로부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직장인은 정말 고달프다.


그럼에도 써야 하는 이유?
그러니까 서야 하는 이유!


고달플수록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 생각이 깨어 있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내 '삶'과 '생각' 그리고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나'의 옅었던 색채는 조금씩 짙어지게 된다.


물론, 쉽지 않다.

이미 많은 방해를 받고 있고, 또 이미 많은 시도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써야 한다. 그 많은 시도들이 무산된 이유는 바로 그 안에 '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해야 한다. '나'의 색채를 짙게 해야 그로부터 다시 모든 게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들은 뭘까?

그걸 알아야 극복해낼 수 있다.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는 것이다.


첫째, 나는 글쓰기와 관련 없다는 생각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삶을 써 내려가는 '인생 작가'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는 작가란 이야기다. 쓰지 않으면 우리 인생의 많은 것들이 날아간다. '적자생존=적어야 산다'라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어렸을 때 백일장을 하거나, 독후감을 즐겨 썼던 경험이 없어도 된다. 

이 말을 뒷받침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 일조했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다. '글쓰기'와 관련이 없었던 덕분에 오히려 과감히 시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글쓰기'와 관련이 있었다면 어줍지 않은 글쓰기에 대한 지식과 기법에 갇혀 글과 생각을 내어 놓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무근본'의 힘을 믿는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니까.


둘째, 직장생활로 인해 '나'를 잊어 가는 것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글쓰기가 막히는 것도 사실이다.

직장생활에 허덕이다 보면 나를 잊고 잃는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바둥거리지만 어쩐지 나의 생존은 저만치 뒤에 있는 것 같다. 보고서나 이메일, 메시지와 같은 많은 글을 쓰지만 그 안엔 내 생각과 감정이 없으니 공허할 뿐이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글을 쓰자고 결심하지만 글이 시작되거나 써질 리 없는 이유.

글을 쓰기 전에 '나'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나는 왜 쓰고 싶은가?'를 헤아리는 것이다.

그 이유의 저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셋째, 채우려는 마음


글쓰기를 시작하면 '채우려는 마음'이 앞선다.

우리가 채우려 하는 건 '앞에 놓인 흰 여백', '나의 만족' 그리고 '남의 기대'다. 


흰 여백에 무얼 채워야 할까 하는 공포감. 

써 놓은 글을 영 마뜩지 않아하는 자기 검열관의 출몰. 

남이 내 글을 읽었을 때 비웃으면 어쩌지란 두려움까지.


글쓰기는 시작도 되지 못하거나,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글쓰기는 채우는 게 아니라, 내어 놓는 것'이다.

웅크리고 있던 '나'를 만났다면 그러한 '나'가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수준 낮아 보이는 글이라도 좋다. 채우려 하지 말고 내어 놓는다 생각하면 좋다. 그러면 무엇이라도 채워진다. 그리고 그 '수준'은 누가 정하는가? '글'에는 수준이란 게 없다. 아니, 있다면 읽는 사람의 수준도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의 수준을 우리는 어찌할 수 없으니 우리는 그저 진솔하게 내어 놓으면 된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

고달픈 직장생활을 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

'흰 여백'과 '나의 만족', '남의 기대'라는 눈치를 보며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


직장인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데에 온갖 방해를 받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그 온갖 방해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나'로부터 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생각, 느낌 그리고 내가 해석한 상황들.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들과 맞서야 한다.

그게 나일지라도 말이다. 또는 웅크려있어 주눅 든 자신이라면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


글쓰기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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