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것만으로는 안된다.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주제넘게도 '영향력'을 운운하게 된다.
글쓰기라는 숙명이 그렇다. '글쓰기'는 어찌 되었건 영향력을 나눠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그야말로 소명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보는 글이 아니므로 누군가에겐 내 글이 전달되어야 하며, 그것은 활자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공감과 위로 그리고 깨달음이 되어야 한다.
그 시작과 과정 모두가 독자와의 교감이자 소통 즉, 영향력이다.
소비적으로 살던 삶에 회의를 느꼈던 바, 그래서 나는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좋은 영향력을 나누기 위해 나는 무던히도 글을 썼다. 수줍고 부끄럽고 모자란 글이지만 나를 관통하는 글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진실로 다가갈 수 있을 거란 믿음에서였다. 그렇게 쌓아 온 글들의 질량과 밀도가 커져 중력을 만들었다.
하여 어떤 글들은 책이 되고, 또 다른 글들은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에 안착하여 좋은 영향력이 되고 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 글은 내가 썼고, 나의 수고가 어느 일정 있다고 말할 수 있으나 내가 얻은 벅참은 그 이상이므로 나는 겸손할 수밖에 없다. 내 모자란 글을 봐주고 책으로 내자고 손을 내민 에디터님들은 물론, 편협할 수도 있는 생각에 고개와 마음을 끄덕여 준 독자분들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사뭇 깨닫는다.
그러나 요즘 이루 말할 수 없는 불만이 생겼다.
'과연 선하기만 해서 될까?'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여겨지기는 했으나 큰 불만은 없었는데, 어쩐지 그 힘이 설렁설렁한 것 같아서다. '글'을 넘어, '글쓰기'를 전하는 '글쓰기 영감자'로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한 나는 선하지 않은데 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들을 여기저기서 목도한다. 글쓰기의 본질을 위해하는 것은 물론, 각종 뉴스에 나오는 남을 불행하게 만들고 배불리 잘 먹고사는 사람들까지.
갑자기 내 글이 초라해진다.
'선한 영향력'이라며 그저 헤헤 웃고 다닌 내가 아닐까. 내 글엔 어떤 힘이 있는가. 계속 쓰는 것이 나에겐 어떤 의미 일까.
나는 '글'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했다. 진실은 매몰되고, 거짓은 활개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게 거짓인지도 모를 만큼 세상은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
글쓰기를 통해 바꿀 수 있는 건 세상이 아닌 나다. 나 자신일 뿐이다. 어쭙잖게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겠다는 것, 다른 누구의 것보다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과 오만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을 내려놓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원하던 바를 진정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저 선한 것이 아니라.
'선하고 강한 영향력.'
이제부터 나는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을 살자고 다시금 마음먹는다.
다른 누군가를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나부터 변화하고 스스로를 관통하는 글쓰기를 지향하면서.
아직도 크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여전한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