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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08. 2020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건 결국, 내 맘이라는 깨달음뿐이다.

아내와 단둘이 들어선 고깃집.

한쪽 구석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즈넉하니 오랜만에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에 집중할 요량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고깃집은 고기 구워주랴, 잘라주랴 이만저만 분주한 게 아니니까.


막 고기를 숯불에 얹을 때쯤.

갑자기 거나한 포스를 내뿜는 어르신 무리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분명 다른 곳에도 빈 테이블이 많았으나, 그분들의 선택은 바로 우리 옆 테이블이었다.


정치와 부동산, 친구들의 근황부터 그들에 대한 험담까지.

나는 평생 만나보지도, 얼굴을 알지도 못하는 영일이라는 사람의 근황부터 그 사람이 얼마나 못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고기가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아이들과 온 것보다 몇 배는 더 분주하고 소란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결국, 더 큰 피해를 본 건 고깃집 사장님이었다.

그 시끄러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와 아내는 고기를 2인분은 더 시켰을 테니 말이다.


결국 일어서 나온 고깃집 앞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었다.

아차, 그러나 현금이 없었다. 아내와 나의 주머니 곳곳을 아무리 헤집어도 붕어빵 세 마리 살 현금은 나오지 않았다.


고기를 마음껏 먹지 못한 허기짐에 붕어빵은 꼭 먹어야겠다며 주위 편의점 ATM으로 갔다.

나는 지금까지 동네 어귀 한적한 편의점 ATM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인출을 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ATM을 몇 발자국 앞두고는 몇 사람이 내 앞에 줄을 섰다.


아, 몰래카메라인가.

여긴 영화 세트장인가.


누군가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듯, 거나하고 시끄러운 어르신분들과 나와 ATM을 가로막는 갑작스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참으로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없구나.


허나, 그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려 사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삶을 살다가 나와 우연히 마주쳤고, 그 마주침이 내게는 불편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한 마주침과 그로 인한 불편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운전을 하다 지나가는 옆 차들을, 직장에서 함께 일하게 된 사람들을 선택할 수 없듯이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로부터 오는 불편에 인상 쓰기보단, 그저 내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들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가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건 결국, 내 맘이라는 깨달음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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