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건 결국, 내 맘이라는 깨달음뿐이다.

by 스테르담

아내와 단둘이 들어선 고깃집.

한쪽 구석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즈넉하니 오랜만에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에 집중할 요량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고깃집은 고기 구워주랴, 잘라주랴 이만저만 분주한 게 아니니까.


막 고기를 숯불에 얹을 때쯤.

갑자기 거나한 포스를 내뿜는 어르신 무리가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분명 다른 곳에도 빈 테이블이 많았으나, 그분들의 선택은 바로 우리 옆 테이블이었다.


정치와 부동산, 친구들의 근황부터 그들에 대한 험담까지.

나는 평생 만나보지도, 얼굴을 알지도 못하는 영일이라는 사람의 근황부터 그 사람이 얼마나 못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고기가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아이들과 온 것보다 몇 배는 더 분주하고 소란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결국, 더 큰 피해를 본 건 고깃집 사장님이었다.

그 시끄러운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와 아내는 고기를 2인분은 더 시켰을 테니 말이다.


결국 일어서 나온 고깃집 앞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었다.

아차, 그러나 현금이 없었다. 아내와 나의 주머니 곳곳을 아무리 헤집어도 붕어빵 세 마리 살 현금은 나오지 않았다.


고기를 마음껏 먹지 못한 허기짐에 붕어빵은 꼭 먹어야겠다며 주위 편의점 ATM으로 갔다.

나는 지금까지 동네 어귀 한적한 편의점 ATM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인출을 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ATM을 몇 발자국 앞두고는 몇 사람이 내 앞에 줄을 섰다.


아, 몰래카메라인가.

여긴 영화 세트장인가.


누군가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듯, 거나하고 시끄러운 어르신분들과 나와 ATM을 가로막는 갑작스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참으로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없구나.


허나, 그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려 사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삶을 살다가 나와 우연히 마주쳤고, 그 마주침이 내게는 불편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한 마주침과 그로 인한 불편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운전을 하다 지나가는 옆 차들을, 직장에서 함께 일하게 된 사람들을 선택할 수 없듯이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로부터 오는 불편에 인상 쓰기보단, 그저 내 마음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들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가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은 건 결국, 내 맘이라는 깨달음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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