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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4. 2020

서로의 감각을 존중하기

'감각'과 '무감각'의 조화

새벽 3시.

아내가 벌떡 일어나 아이들 방으로 달려간다.


헛구역질 하던 둘째가 기어이 침대에서 속을 게워낸 것이다.

잠귀가 어두운 나는 어렴풋한 인기척을 느꼈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자초지종을 듣는다. 전날, 그리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거나 상한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프곤 한다. 옛 어른들의 말마따나 크려고 아픈 것일까. 언제 아팠냐는 듯 둘째의 모습은 아침을 닮아 쾌활하다.


퇴근하고 온 저녁.

아내와 아이들이 뭔가를 붙들고 끙끙댄다.


몇 날을 기다려 온 아이들의 드론 장난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수직으로 날아오르게 조종해도 드론은 바닥과 떨어지자마자 어느 한쪽으로 곤두박질쳤다. 아내와 아이들은 몇 시간을 그렇게 앉아 끙끙댔나 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운다라...'

제품의 하자가 아니라면, 무언가 고정이 안 되어 있거나 무게 중심이 안 맞을 거란 생각을 했다. 역시나, 직접 살펴본 드론의 네 날개 죽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설명서에도 있는 내용이었지만, 기다리던 드론이 왔다는 기쁨과 당장 날려 보고 싶다는 바람이 설명서를 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 외에도 아내는 세세하고 꼼꼼한 감각이 있고, 나는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벌이고 수습하며 이뤄내는 감각이 있다.


이건 꼭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아니라, 나와 아내의 차이다.


다르게 말하면 '감각'과 '무감각'의 조화다.

아내는 새벽 3시에 벌떡 일어나 아이를 돌보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 소동 중에도 자는 나를 타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침에 출근해야 하니 나라도 잘 자야 한다고 말한다.


나 또한 설명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드론을 날렸냐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선 내가 만져보고 알아낸 것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나의 우월함을 내세우기보단 함께 알아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서로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감각을 왜 너는 무감각하냐며 몰아치지 말아야 한다. 감각과 무감각을 공존시켜야 한다. 그래야 조화를 이루어 마침내 우리 가족은 서로 도우며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


비록, 때론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그 삐걱거림은 결국 더 나은 조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임을 나는 잘 안다.


삐걱거리고 있다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보단 서로의 감각을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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