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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5. 2020

시간을 위한 시간관리를 멈추기로 했다.

나를 위한 시간 관리를 시작하기로 한다.

모기약은 모기를 위한 약인가?


간혹 주어진 단어에 골똘할 때가 있다.

모기약이란 말을 들었을 때 그랬다. 감기약, 멀미약 그리고 몸살약은 먹는 사람을 위한 약인데. 그럼 모기약은 모기를 위한 약일까? 엉뚱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 이러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 단어의 진위나 맞고 틀림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무심하게 쓰는 단어와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을 돌아보고 싶은 것이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을 때 내게 얻어지는 것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간 관리'란 말도 그렇다.

시간 관리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간을 위한 것일까, 나를 위한 것일까? 당연히 그 누구든 시간 관리는 '나'를 위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시간을 쪼개는 게
'시간 관리'일까?


'시간 관리'라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쪼개기 시작한다.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저서 중, '글쓰기 시간 관리 노하우'라는 글에서 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하루는 24시간.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8시간은 잔다고 생각한다. 세 끼 식사를 기준으로 3시간을 제외해 본다. 평일이라면 8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 2시간을 뺀다. 커피를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동료와  담소를 나누는 등의 소일거리를 약 2시간 잡아 본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 1시간을 예외로 할당해 놓는다.

8+3+8+2+2+1=24

아, 이런. 벌써 24시간이 꽉 찼다.
여기에 회식이나 야근이라도 있으면 마이너스다. 돈이 모자라면 어디서라도 빌리면 되지만, 시간은 그럴 수가 없다. 결국 내가 가진 것들 중 어느 시간을 줄여야 한다.

다행인 건 직장인에겐 '주말'이라는 보장된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말엔 평일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시간을 보충해야 한다. 모자란 잠을 몰아서 자야 하고, 하지 못한 집안 일과 개인 정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하려고 할 때쯤이면 어느새 월요일이란 친구가 등 뒤에 서늘하게 다가와 있다.


시간은 언제나 모자라다.

베이컨도 말했다.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라고. 시간은 절약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우린 선택할 시간이 없다. 시간을 쪼개어봐도 여유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을 만들어 내거나, 시간을 찾아내야 한다. 실제로 그러할 순 없다. 결국, 베이컨이 말한 대로 우리는 선택을 통해 시간을 만들거나 찾아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잠을 줄이는 것이다.

새벽 4시 30분부터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막상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 주말 어느 시간을 비워 놓는다. 막상 주말이 되면 그 계획은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제시한 이 흐름은 대부분의 사람이 따르는 방식이다.

시간을 쪼개고, 시간을 선택하여 그것을 만들거나 찾아내는 일.


여기까지 읽는데 그 누구도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래서 여러분은 무엇을 마음먹었고, 어떤 걸 해내려 하는가를. 시간 쪼개기와 어느 것을 넣고 뺄까에만 집중했지,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그것을 하려는지를 궁금해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개인, 각자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시간'을 위한 '시간관리'는 멈출 것.
진정한 시간 관리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부터


시간을 쪼개고, 그 안에 나를 욱여넣으려 했던 지난날들은 내게 패배감과 자책감만을 안겨다 주었다.

무엇하나 진득하게 하거나 이룬 적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기는 죽기보다 싫었고, 주말 어느 시간을 정기적으로 정해 놓고 무얼 한다는 건 수많은 변수로 무산되었다.


그러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쪼개어 놓은 시간에, 정해 놓은 계획에 정작 '나'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불안하니까.

뭐라도 해야 하니까. 그냥 있으면 뒤처질 것 같으니까. 이것저것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강박하고, 없는 시간을 만들어 내어 거기에 나를 억지로 맞추고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던 것이다. 마치, 시간을 만들어 놓으면 내가 알아서 자동적으로 뭐라도 할 것처럼.


그러니까, 시간 관리의 첫 단계는 시간부터 쪼개는 게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왜 하고 싶은지를 묻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나'를 위한 시간 관리. '나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나를 관리해서 이루어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렵게 쪼개어 만든 시간에 운동/ 어학/ 글쓰기/ 강의 준비 등을 한꺼번에 집어넣고는 실패하고 자책하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건, 나의 '감정'을 살피는 일이다.

의사결정 능력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서 온다. 심리학에서도 밝힌 바,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따라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하고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다이어트에 대한 책을 읽어서는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체중은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가 운동복을 챙겨 입고 밖으로 튀어 나가는 순간은, 살찐 내 모습을 거울로 봤을 때나 작년에 입던 옷이 더 이상 맞지 않을 때 오는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낄 때다. 각자의 과거를 돌아보아,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천했을 때를 돌아보자. 거기엔 분명 '감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이것을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

하나하나 해 나아갈 때의 설렘.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고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더라도 그 보람을 오롯이 느끼고 성취를 갖는 건 '나'라는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 관리' by STERDAM




나는 여전히 완벽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또 세운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전보다 성과나 결과가 더 가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달아 책이 출판되고 있고, 여러 강의를 진행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건 물론 본업인 직장인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전엔 느껴보지 못한 이 성취감을 통해 나는 이제 좀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평생을, '시간'을 위한 '시간 관리'를 해오며 스스로를 괴롭혔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서다. '나'를 위한 '시간 관리'를 하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물을 내어 놓으면서. 그렇게 나는 이전보다 덜 자책하고 자신을 더 신뢰를 하게 되었다.


살다 보면 '본말전도(사물의 순서나 위치 또는 이치가 거꾸로 된 것)'를 무심코 지나칠 때가 있다.

'본말'이 '전도'되면 삶은 오염된다.


내가 '모기약'을 떠올린 이유다.

'시간관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하고 있거나 하려 하는 '시간 관리'는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나와 모두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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