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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6. 2021

쌓이면 필력이 되는 '퇴고 노트'

오늘 글을 한 편 썼다면 당장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성공을 부르는 '오답노트'의 힘!


5급 공채 최연소 합격수기를 기사로 접했다.

역시나 '모든 과목에 최선을 다하고 치열하게 했던 공부'가 최연소 합격의 비결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역시나 최연소 합격자에겐 '오답노트'가 있었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특정 실수의 빈도가 높은 것들을 무조건 적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대입시험 만점자나 기타 다른 공부나 시험을 치러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이 '오답노트'의 존재는 공통으로 발견된다.

아마도 그런 정도의 실력과 끈기가 있다면 반복해서 틀리는 자신을 용납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지만 나 또한 계속되는 실수는 달갑지가 않다.


그래서일까.

고등학교 때 만들지 않던 오답노트를 글쓰기를 하고 나서야 쓰기 시작했다.


바로, '퇴고 노트'다.


쌓이면 필력이 되는 '퇴고 노트'


'퇴고'의 사전적 의미는 '완성된 글을 다시 읽어 가며 다듬어 고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유래가 참 재밌다.


이야기의 시작은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나귀 등에 앉아 길을 가는 것으로부터다.

'퇴(堆)'로 할까 '고(敲)'로 할까?


가도는 자신이 지은 시의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골똘하다 그만 높은 관리의 길을 가로막았는데, 가도는 곧 끌려가 길을 가로막은 자초지종을 추궁받았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 행차를 하던 관리가 "여보게, 그건 두드릴 고(敲)가 낫겠네."라고 말했다. 그곳을 지나던 관리가 마침 시인 한유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고, 동시에 '미는 것과 두드리는 것'을 고민하던 '퇴고'란 말은 '글을 지을 때 문장을 가다듬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이처럼 '퇴고'는 내 글을 좀 더 나은 글로 다듬기 위한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글을 쓴 후 여러 번 읽고 맞춤법 검사를 한다.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쓴 후 모바일로 보는 등 다른 환경에서 보기도 한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정말 이렇게 멋진 문장을 썼단 말인가?'란 순간도 있지만, 때론 '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문을 썼다고?'란 생각이 들 정도의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을 맞이할 때가 있다.


문제는 그게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겐 '습관'이란 것이 있는데, 이 습관은 마치 지문과도 같단 생각이 든다. 하지 말아야지, 고쳐야지 하는 습관들. 그러나 평생을 고유하게 따라다니는 습관과 실수. 특히, 글을 쓸 때 나는 이러한 습관을 자주 마주 한다. 물론, 이런 실수가 무서워 글을 쓰지 않는 것보다는 용감하게 글을 쓰는 게 더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용기와 자신감은 바로 '퇴고'에서 나온다.

퇴고를 거듭하면 필력이 쌓인다. 쓰면서 어느 정도 퇴고가 가능하다. 쓰는 시간이 절약되고 글의 구성이 탄탄해지며 글의 흐름도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퇴고 노트'를 쓰는 것이 좋다.


이것만 점검해도
퇴고의 실력이 올라간다!


그래서, 내가 주로 실수하고 틀렸던 부분과 수강생 분들의 글을 읽으며 코칭한 부분을 정리하여 공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퇴고 노트'를 바로 시작하셨으면 좋겠고, 내 실수를 타산지석 삼아 각자의 글을 쓸 때 조금만 더 유의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이면 좋겠다.


첫째, 주어와 서술어의 비호응 또는 주어 불문명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알게 모르게 실수하는 부분이다.

바로 예부터 하나 보는 게 좋겠다.

예시)
내년에는 월급이 오를 전망이다. 


혹시,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는가?

그럴 수도 있다. 이 문장이 대체 어디가 이상한 걸까? 핵심은 '월급'과 '전망'이란 단어다. '전망이다'란 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가 없다. '월급'이 살아 움직이고 생각하며 '전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려면 아래와 같이 바뀌어야 한다.

바른 예시)
내년에는 월급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에는 월급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월급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끄럽지만, 내가 쓰고 고쳤던 문장도 예를 들어 본다.

예시) 
우리 뇌에 있는 '전두엽'은 이리저리 효율성을 따지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의사결정을 하는 건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로부터다. 


처음 쓸 땐 몰랐는데, 소리 내어 읽어 보니 매우 어색한 문장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래는 제대로 바꾼 문장이다. 비교하여 읽어보면 쉽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정) 
우리 뇌에 있는 '전두엽'은 이리저리 효율성을 따지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의사결정을 하는 건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다.


또 하나 예를 보자.

이번엔 주어가 불분명한 경우다.

예시) 
이러한 메커니즘은 마케팅이 잘 활용한다.
당장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사게끔 감정을 흔들어 놓고, 결국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를 다듬으면 아래와 같이 바뀐다.

위 두 문장이 (불분명한 주어로) 이어지지 않고 어색한 문장이 되었다면, 아래 문장은 '마케팅'이 주어가 되어 다음 오는 문장과 이어지고 조화를 이룬다.

수정) 
이러한 메커니즘은 마케팅이 잘 활용한다.
당장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사게끔 감정을 흔들어 놓고, 결국 이성으로 합리화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이처럼, 혹시라도 문장이 길어지거나 또는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더라도 항상 '주어'와 '서술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를 내어 읽어봐야 안다. 눈이나 마음으로 읽어서는 그 어색함을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독자들도 알게 모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가라면, 내 글의 완성도를 위해 이러한 부분도 세밀하게 다듬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의 제대로 된 의도와 느낌 그리고 감정이 문제없이 전달된다.


둘째, 잘못 쓴 높임법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가격은 오천 원이십니다."


이러한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말하는 분의 의도와 기분을 잘 안다. 혹시라도 반말처럼 보여 고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배려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땐, 틀린 표현이라고 단정 짓기보단 나는 그 마음을 좀 더 헤아린다.


그러나, 내 글에서 이러한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

혹시라도 높임 표현을 잘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예시)
아버지께서 볼일이 있으시다며 나가셨습니다.

바른 예시)
아버지께서 볼일이 있다며 나가셨습니다.

같은 문장에서 반복되는 높임은 끝 부분에 적용한다.


예시)
고객님, 삼만 원만 내면 되시겠습니다.

바른 예시)
고객님, 삼만 원만 내시면 되겠습니다.

높여야 하는 대상은 '고객'이다.

따라서, 고객이 하는 '행동'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교장 선생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나 '고객님, 이건 신상품이십니다'와 같은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셋째, 겹말이나 반복되는 말


'역전앞에서 만나!'이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역전'에는 이미 '前(앞 전)'자가 있다. 


이처럼 겹말은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인다.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사실 이상한 걸 잘 느끼지 못할 정도다.

예시) 여러분들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 학생들이

바른 예시) 여러분은, 많은 사람이, 여러 학생이

'들'이란 복수 접미사는 영어의 영향이 크다.

'여러', '많은', '각'은 자체가 복수어이므로 접미사 '들'을 쓸 이유가 없다. 위 예와 함께, '생각들을'은 '생각을'로, '역사들'은 '역사'로 표기하는 게 자연스럽다. '출연진들'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진'이란 말에 복수 의미가 있으므로 '출연진'으로 쓰는 게 맞다.


다음의 경우도 있다.

예시) 간단히 요약하다, 더불어 같이 살다, 따뜻한 온정
→ 모두 같은 뜻이 반복되어 있다.


무의식 중에 표현을 반복한 경우다.

예시) 
이 외에도 아내는 세세하고 꼼꼼한 감각이 있고,
나는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벌이고 수습하며 뭔가를 이뤄내는 감각이 있다.

수정) 
이 외에도 아내는 세세하고 꼼꼼한 감각이 있고,
나는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벌이고 수습하며 이뤄내는 감각이 있다.

쓸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무언가', '뭔가'를 반복하여 하나를 줄였다.


이 외에도, 나는 문장이 길어지는지 모르고 이어 붙이거나 과도한 문장 부사 (ex. 그리고, 그러나, 곧, 그런데 등)를 사용하고 번역투나 피동형 문장을 자주 쓴다.

굳이 조사 '을/ 를/ 이/ 가'를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생각을 하고 만다'와 같은 표현을 한다. 이건 '생각하고 만다'라고 고쳐도 된다.




물론, 모든 걸 교정하고 교열하여 쥐 잡듯 글을 고친다면 남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은 틀리거나 어색한 표현이라도, 그 문장 안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면 나는 그것을 허용하곤 한다. 그러나 알고 그러는 것과 모르고 그러는 것의 차이는 크다. 그렇더라도 이런 것이 무서워 글쓰기를 멈추거나 두려움부터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만 우선 잘 점검하고, 또 각자의 '퇴고 노트'를 만들다 보면 자신감은 더 커질 것이고 더불어 필력도 향상될 것이다.


쌓이고 쌓이면 필력이 되는 '퇴고 노트'.

오늘 글을 한 편 썼다면 당장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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