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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2. 2021

가난을 변명할 도리가 없다.

변명을 하기보단,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나는 가난을 꽤 잘 안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분들께는 송구하지만, 어찌 되었건 나도 모두가 가난한 시절을 어렸을 때라도 겪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족이 단칸방에 모여 자도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 (오손도손이란 단어를 몸소 실천했던 시절.)

연탄불에 물을 데워 씻던 날들. (혹시라도 한 겨울에 연탄불이 꺼지면 얼음장 같은 물로 씻거나, 아니면 씻기를 포기하고 학교로 향했...)

화장실이 공동 마당을 거쳐 저 멀리 있던 그때. (주기적으로 청소차가 와서 비웠던...)

쌀이 귀해, 돈이 없어 쌀 한 포대를 못 사 한 되를 심부름하던 기억. (요즘은 아이패드를 일시불로 사도 남는 월급이 소원이라는데, 그 시절엔 쌀이 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땐 나이가 어렸고, 주위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으니 가난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다.

오히려, 가난이 미덕이었고 그래야 정이 느껴지는 사회였다. '돈'과 '부(富)'는 도덕적이지 않다는 정서가 가득했다. 그것들은 '탐욕'과 연계되어, 부자는 배가 나오고 기름진 음식을 우걱거리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미지로 내게 각인되어 있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 여기저기가 개발되기 시작했고, GDP가 오르며 나라 전체가 잘 살게 되었다.

나는 가족들이 각자의 방을 가진 집에서 살고 있다. 뜨거운 물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콸콸 나온다. 화장실은 집 안에 있으며, 하나도 아닌 둘이다. 월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쌀 한 포대는 너끈히 사고도 남는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부자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굳이 계급을 고백하자면 나는 흙수저다. 어렸을 적 개천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부모님으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은 것도 없다. 오히려 집안의 어려움을 나 홀로 감당하고 해결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부재는 집안의 경제력을 대변하는 시대였다. 마당에서 야구를 할 정도로 부유하던 집이 기우는 건 속담대로 딱 3년이었다.


아버지가 없어 슬픈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받지 못한 사랑이고, 둘째는 경제관념에 대한 부재다. 연예인 집안에서 연예인 나오고,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나오는 시대다. 그만큼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의 직업과 부 그리고 경제관념이 중요한 시대다. 나는 그것을 받지 못한 것이다. 경제와 재테크에 그만큼 늦게 눈을 뜨게 되었다. 이게 어쩌면 내가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요즘 부자는 '탐욕'의 아이콘이 아니다.

오히려 '똑똑함'의 아이콘이다. 그리고 존경받는다. 배가 나오기는커녕, 건강 관리도 잘한다. 더 멋지고 예쁘고, 유기농 음식을 먹는다. 가장 부러운 건, 부자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 내가 부자가 되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다.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엔 '부자', '부동산', '주식' 책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

경제와 재테크에 대한 지식. 곧, '돈'과 '부'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념. 자본 이익률이 노동 이익률을 가뿐히 넘고, 효용의 가치가 노동의 가치를 비웃는 시대다. 돈을 버는 데 있어서 '도덕'이란 관념은 그 어떤 기준이 되지 않고, '문맹'보다 더 무서운 게 '돈맹'인 세상이다.


돌이켜 보니, 나는 맹이다.

요즘 말하는 '벼락거지'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부자라고 인정할 만큼 돈을 벌지 못했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을 (돈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나보다 쉽게, 많이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 그저 질투와 시샘을 보내고만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땐 투자할 돈이 없어서?


모두가 가난했던 내 어릴 적엔 통했을 수도 있을 변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주식으로 몇 억을 번 학생도 있고.

부동산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회자된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여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사람이나, 콘텐츠를 만들어 신흥 부자가 된 사람도 도처에 널렸다.


언뜻, 쉽게 돈을 벌고 부자가 된 것 같지만 나는 그들의 '과정'을 인정한다.

아마도, 그렇게 성공하거나 돈을 벌기까지는 분명 돈이 안되거나 실패를 했거나 하는 구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석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한들.

나는 그것마저 인정하려 한다.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가족을 잘 선택하여 태어나는 것도 능력인 시대다.


그러니, 나의 가난이나 부자 되지 못함을 변명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다.

변명을 하기보단,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이렇게 'Money Diary'를 쓴다. '돈'과 '부'에 대해 공부하고, 스스로 깨우치기 위해. 더불어, 문맹에서 깨어나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받지 못한 경제와 재테크에 대한 지식을 물려주기 위해.


무엇보다,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돈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죄악시하거나, 나를 괴롭히는 존재로 생각했던 날을 곱씹어 서로를 돕는 친구이자 파트너로 만들고 싶다.


글의 힘은 순간의 다짐보다 크다.

순간 떠오른 다짐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첫 글을 남기는 이유다. 날아가는 소중한 것들을 부여잡기 위해. '돈'과 '부'에 대한 나의 생각 변화와, 차곡차곡 쌓는 글 이상으로 더 많이 쌓일 '돈'과 '부'를 기대하며 이 일기를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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