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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3. 2021

유럽에서 운전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들

이국에서 운전하기

유럽 주재원 시절.

연말은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잠시나마 가족 여행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유럽여행의 묘미는 단연코 국경 넘기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다른 국가라니 그 매력의 정도는 꽤 유혹적이다. 내가 주재하던 네덜란드는 그런 면에서 유럽 여행하기 천혜의 중심지였다. 남쪽으로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리면 벨기에가 나오고, 좀 더 가면 프랑스인데 핸들을 조금만 좌측으로 틀면 독일에 다다른다. 물론, 국경 간의 이동은 자유롭다. 서울에서 인천 넘어가듯이, 아무런 통제 없이 지나갈 수 있다. (유럽 각국의 사람,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협의한 '솅겐조약' 덕분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자동차 여행을 할 때면 주의할 게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다른 나라인데...라는 치명적 유혹이다. 주재 첫 해 겨울엔 열흘 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여 스위스 취리히, 이태리 밀라노, 베니스,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카를로비바리를 거쳐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낮엔 각 국가를 즐기고, 밤엔 열심히 차로 달려 이동한 노력(?)의 결과였다.

그 외에도 프랑스, 아일랜드, 덴마크,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영국, 독일,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유럽 곳곳에서 운전하며 그 유혹에 빠지고, 또 때론 그 유혹을 떨쳐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유럽의 곳곳에서 운전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주의할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경험과, 큰돈을 들여 배운 걸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1. 유럽 과속 카메라는 뒤통수를 많이 노린다.


우리나라 과속 카메라는 앞통수를 노린다.

그러나 유럽은 뒤를 노린다. 뭔가 뒤에서 빛이 번쩍이는 그 서늘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물론, 카메라가 앞에 있는 경우도 있고, 과속을 했더라도 그 빛을 느끼지 못한 적도 많다. 그렇다고 내가 백 키로 이상을 달린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함정(?)은 30km/h나 50km/h에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 운전한다면 'Waze'라는 앱을 반드시 사용하기 바란다.

과속 카메라는 물론, 교통 체증, 교통경찰 위치까지 운전자들이 SNS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다.


유럽에서 과속이나 주차 건으로 낸 돈이 4년 간 우리 돈 300만 원에 달한다. (자주 걸렸다기보다는, 범칙금 금액이 매우 높다.)

스위스, 이태리, 프랑스, 네덜란드 등. 국가를 가리지 않고 고지서는 날아왔다. 백마 탄 왕자가 당장이라도 나올 법한 중세도시 곳곳에도 과속 카메라는 숨어 있다. 물론, Waze 앱을 사용하고 나서는 범칙금 고지서를 받는 일은 현저히 줄었다.


뒤를 노리는 카메라가 많다. 주의할 것. (사진 출처: http://eknews.net/)


2. 디젤차를 운전한다면 요소수 양을 반드시 확인할 것!


유럽 자동차 여행은 디젤차로 하는 게 좋다.

연비가 좋기 때문이다. 수 천 키로를 달리려면 당연히 연비가 좋아야 하는데, 승용차 풀 탱크 기준 휘발유 차는 약 700km를 가지만 디젤차는 1,000km를 달린다. 유럽에서도 인기가 좋은 독일 차도 디젤 비중이 높다. 다만, 매연 저감을 위해 '요소수'를 따로 넣어야 하는데, 이게 말썽을 부릴 때가 있다. 쉽게 말해, 연료가 있어도 요소수가 없으면 달릴 수 없다.


크로아티아에 도착했을 때, 분명 요소수 체크를 했는데도 요소수 경고등이 떠 적잖이 당황한 적이 있다.

'이제 당신은 앞으로 900km까지만 달릴 수 있어'란 경고등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크로아티아 주유소에 들러 요소수 한 통을 샀는데, 요소수 뚜껑을 열기 위해 트렁크 안 툴 박스를 헤집어야 했다.


혹시라도 유럽에서 디젤차를 운전한다면,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요소수 양을 확인하거나 아예 요소수 한 통을 준비해서 떠나는 것이 좋다.

900mk만 달릴 수 있다는 경고등은 사람의 심장을 꽤 쫄깃하게 만든다.


3. 선글라스와 자외선 크림은 필수


국가마다 차이가 좀 있지만, 웬만한 유럽 국가는 선팅이 불법이다.

간혹 뒷자리까지는 허용하는 데가 있으나 어찌 되었건 전면과 운전자 그리고 조수석은 여지없이 투명창이란 뜻이다. 선팅이 안되어 있고, 계절이 여름이라면 눈이 상할 정도로 시리다. 특히 유럽의 여름 해는 자외선이 강해서 눈과 피부에 다 좋지 않다. 해를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의 피부가 벌겋게, 그리고 수많은 반점이 생겨 있는 걸 많이 봤을 것이다. 유럽에서 운전하는 계절이 여름이라면, 아니 계절을 가리지 않고 선글라스와 자외선 크림을 준비하는 게 좋다.


4. 고속도로에 대하여


독일 아우토반은 속도 무제한이 맞다.

나는 간이 그리 크지 않아 230km까지만 속도를 내본 적이 있다. 물론, 내가 탔던 차는 그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는 차였다. 그러나, 속도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 시속 200mk이상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100km/h 속도 제한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속속들이 나오고, 군데군데 생각보다 자주 공사 구간이 나온다.


더불어, 어떤 국가들은 고속도로 통행세인 '비넷'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헝가리, 루마니아가 그러한데 돌아다닐 땐 아무 문제없지만 여행을 마치고 시간이 좀 지나면 여지없이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오게 된다. 비넷은 국경 근처 휴게소나 주유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아니, 구매해야 한다.)

비넷을 부착한 차량 (사진 출처: http://mlbpark.donga.com/)


5. 상항등은 '싸우자'가 아니라 '먼저 가세요 또는 감사해요'다.


좁은 골목에서 다른 차와 마주쳤다.

앞 차가 상향등을 비췄다. '싸우자는 건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상향등만 켜고 움직이질 않는다. 손짓을 하며 나보고 먼저 가라 한다. 그제야 알았다. 유럽에서 상향등은 '양보'의 의미다. 때론 양보에 대해 고맙다는 뜻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유럽에서 상향등을 맞이하면 전투태세가 아닌 감사한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뒤에서 앞 차에 상향 등을 말 그대로 쏘는 건 위협이 맞다. 맥락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6. 라운드 어바웃에선 도는 차가 우선


우리가 보통 '로터리'라고 부르는 교차로 회전 구간에서는 무조건 도는 차가 우선이다.

진입하려는 차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알림판에 회전차 우선이라고 써도 직진이 우선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유럽 사람들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은 주위를 살피지 않고 굳세게 달려가니 큰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참고로, 프랑스 파리 개선문 근처는 라운드 어바웃 개념이 아니다. 직진 차량이 우선이니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직진 차량도 아니고 머리를 들이미는 차가 우선인 것 같긴 하다.)


7. 횡단보도를 밟았다면 나는 신호를 지나친 것이다.


앞차가 우물쭈물하여 어쩌다 내 차가 횡단보도에 조금 걸친 적이 있다.

초록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유럽 사람들이 운전석에 있는 나를 벌레 보듯 보며 지나간다. 그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신호를 보고 출발하려는데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미 신호를 지나친 것이다.


우리나라 차들이 횡단보도를 자주 밟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호등이 횡단보도 전에도 있고, 뒤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의 대부분 신호는 신호등이 횡단보도 한참 전에 있다. 횡단보도를 밟을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즉, 꼬리 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히 어설프게 횡단보도에 걸쳐 보행자들의 혐오스러운 눈빛을 받고 싶지 않다면.


8. 차 안에 돈이 될만한 것이 있다면 창문은 여지없이 깨질 것이다.


소매치기가 유명한 유럽의 명성에 맞게, 차털이도 유럽의 일상이다.

차 안에 가방이나 돈이 될만한 그 어떤 것이라도 보인다면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도 자동차 창문은 여지없이 깨지고, 그 안에 있던 것들은 모조리 도난당할 것이다. 차에서 내릴 땐 웬만한 건 트렁크로 옮겨 담아야 한다. 물론, 트렁크로 옮겨 담을 때에도 주위를 잘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내 차를 유심히 보고 있진 않은지. 정 불안하다면, 가방과 같은 중요 물품은 무조건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




이 외에도 다양한 유의점이 있다.

1차선은 추월 차선이라는 것.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그 지키는 정도가 매우 엄격하여 1차선에서 추월하는 차를 비켜주지 않으면 경찰이 출동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차장엔 카드가 안 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유로 동전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동전이 없어 출차를 못하는 경우가 있겠나 싶지만, 정말 그런 경우가 있다. 유럽 번호판에는 국가를 나타내는 알파벳이 적혀 있다. 옆에 지나가는 차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코로나 19로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다.

언젠가 예전과 같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유럽에서 운전할 일이 있다면. 위에 이야기한 주의 사항을 잘 참고하여 괜스레 유럽 정부에 교통 범칙금 기부를 하거나 중요 물품을 도난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교통 범칙금을 좀 내더라도, 이국에서 운전할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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