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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5. 2021

아이들 주식 수익률이 내 것보다 좋다

수익률이 나보다 좋은 것은 시기하지 않는다. 배워야겠단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돈 공부를 가르치는 이유


나는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결핍을 아이에게 투영한다. 그래서 예전 내 어릴 적엔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공부, 공부를 그토록 외쳤다. 배우지 못한 한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엔 그게 좀 덜 하다. 아니,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다만, 테마가 바뀌었다. 오로지 공부만이 성공의 비결이었던 그때와 지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러나 잘했으면 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피아노'와 '돈 공부'다. '피아노'는 내가 어렸을 적 배우다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내가 원하는 곡을 만들고 거기에 가사를 덧붙일 수 있지 않았었을까란 후회가 크다. 더불어, 양손을 사용하면서 나는 좀 더 똑똑할 수 있었을 거란 소소한 망상까지 가지고 있다.


'돈 공부'는 더 그렇다.

아버지의 부재,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어릴 적 기억. 현재도 아직 다다르지 못한 경제적 자유. 내게 부족한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모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에서 나는 '부자가 되거나, 최소한 가난하지는 말아야 한다', '행복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단다'란 글을 썼다.

마음이 가난해지지는 말아야 하고, 욕구가 탐욕이 되지 않아야 함을 기억하며 돈의 소중함을 깨우치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은 '아빠 강의'를 통해 아이들에게 돈의 소중함을 설파한다.

작년 중반부턴 주식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사실, 나도 주식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 공부하며 알아가는 것을 나누는 자리라 생각한다.


재밌는 건, 내가 아는 걸 이야기하니 나 스스로 정리가 더 잘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돈의 가치나 소중함의 본질을 더 잘 알게 된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때로 이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돈 앞에 욕심이 개입되지 않을 리 없고, 개입된 욕심은 탐욕으로 변한다.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흔들릴 때가 정말 많은데, 아이들에겐 원론적인 걸 알려줘야 하다 보니 본질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식이란 말이야...


"주식은, 너희들이 한 회사에 투자를 했다고 보면 돼.
투자자로서 그 회사가 더 잘되기를 바라고 또 그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이익을 내는지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거지."


사실, 나는 그러하지 못하는 적이 더 많다.

대략의 추세선과 재무제표, 뉴스를 보고 피상적으로 판단할 뿐. 다만, 아이들에게 설명하면서 나도 그래야겠단 생각을 하며 조금씩은 노력한다.


그러다, 이론적인 교육을 넘어 아이들에게 실전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내와 상의하여 아이들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작년 중반 즈음의 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세운 주식투자 룰은 아래와 같다.

첫째, 용돈으로 투자한다.

둘째, 종목은 엄마 아빠와 협의하여 선택한다.

셋째, 한 달에 한 번 (매월 25일) 적립식으로 1~2주 매수한다.


실전 교육의 효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은 관심 있는 식당이나 가게를 보면 여기도 주식이 있냐고 묻는다. 돈에 관한 개념이 확장된 것이다. 사실, 나는 아이들이 참 부럽다. 나도 나와 같은 아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좋은 아빠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내게는 없던 것이 우리 아이들에겐 일찍부터 있게 된 것이니 나조차도 질투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수익률도 좋다.

부끄럽지만, 주식 차트를 아이들보다 훨씬 많이 들여다보는 내 수익률은 아이들 것보다 낮다. 이리저리 머리 굴려봐야, 내 선택은 꾸준함과 믿고 놔두는 자신감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아이들의 주식 성적표. 등락이 또 있겠지만... 어쨌든 나보다 낫다.


앞으로 알려 주고 싶은 돈의 가치


나는 '돈'은 '가치'라 생각한다.

돈이 만들어지고 주고받는 그 모든 과정과 결과는 '가치'로 귀결된다. 그리고 '가치'는 '욕구'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나는 아이들이 '돈', '가치', '욕구'를 모두 아울러 봤으면 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받지 못했던 '돈 공부'를 통해 그 모든 속성을 나보다 더 크게 깨우치길 바란다.


돈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뛰어넘은 우주라 생각한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이유도 다 경제논리다. 생존과 연관되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그러니까 이익을 얻기 위한 활동이다. 앞에서 언급한 '가치'와 '욕구'가 모두 내포된 이야기다.


결국, 돈의 가치는 나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내 안에 있는 '욕구'는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래서 내가 만들어 낸 '가치'는 얼마인지.


아마도, 아이들은 커가면서 이러한 것들을 깨우쳐 갈 것이다.

더불어 남의 '가치'도 잘 판단할 줄 알게 되면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아이들이 '돈 공부'를 나보다 더 빨리 한 것엔 질투가 나지만, 아이들 주식계좌의 수익률이 나보다 좋은 것은 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배워야겠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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