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나이트는 내가 만든 세미나다. 글쓰기 수강생분들 대상으로 '통찰'을 나누는 행사인데, 나는 연사를 멀리서 찾지 않고 수강생분 중에서 찾았다.
독립 출판을 하신 분, 자신만의 강의 콘텐츠로 퇴사 후 디지털 노마드의 길을 걷는 분, 사비를 털어 호텔을 리뷰하며 덕업 일치를 이루어내고 계신 분까지.
나는 그분들의 노력과 꾸준함 그리고 특별함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삶을 소비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선하고 강한 영향력을 나누는 '생산자'의 삶을 살고 있단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행사 전 발표 자료를 리뷰하기 위해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나는 나를 포함한 각 작가님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시작' 앞에 주저하지 않고 우선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달에 사람을 보낼 것입니다! - 존 F. 케네디 대통령, 1962년 9월 -
어느 날 호텔을 짓겠다고 퇴사 후, 사비 털어 호텔 리뷰를 시작한 작가님의 발표 내용 중 일부다.
그 작가님은 현재 호텔을 지을 돈도, 땅도 없다. 그러나 케네디 대통령이 달에 사람을 보내겠노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은 호텔을 짓겠다고 그 행사에서 천명했다. 닐 암스트롱은 7년 뒤인 1969년 달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작가님의 호텔은 언제 세워질까? 나는 그것이 시간문제일 뿐 머지않은 날에 그 뜻이 분명 이루어질 거란 확신이 든다.
다른 두 분의 시작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책과 전혀 상관이 없던 분이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글을 쓰고 직접 인쇄와 제본을 했다. 그 시작이 얼마나 막막했을까. 그러나 책이라는 결과가 그 막막함의 의미와 시작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또 다른 작가님은 소수의 회원으로 시작해 한 기수당 몇 백명의 회원을 관리하는 영어 필사 모임의 리더가 되어있다. 초라한 시작이었다. 회원 수 '0명'을 목표로 시작했다고 한다. '0명'을 목표로 하면, 모집 공고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목표는 달성되는 것이니까.
사실, 인사이트 나이트라는 성대한 세미나를 개최한 건 불과 행사 한 달 전이었다.
나는 모집 공고문을 내고 나서 장소와 강사 섭외를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미루고 미루다 도저히 이러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벌여 놓고 수습하자고 생각한 결과였다.
시작하지 않으면 끝은 있을 수 없다!
벼랑 끝에 서면 정신은 명료해진다.
무언가를 벌이고, 내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그 순간은 나를 벼랑으로 내모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 벼랑에서 비상(飛翔)하느냐 추락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일을 벌이고 수습하면 생산자가 되지만, 일을 벌이고 수습하지 못하면 사기꾼이 된다.
존 F. 케네디는 사기꾼이 아니라 훌륭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의 말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케네디 대통령이 그 말을 하고 나서 미국 우주항공국이 얼마나 분주해졌을까. 아니, 사실은 그 말을 하기 전부터 전략적이고도 일사불란하게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아주 좋은 시대다.
정보는 넘쳐나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돈을 버는 일부터 취미와 자기 계발까지 그 영역은 다양하다.
물론, 중요한 건 어느 시작에 앞서 '왜'를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 글쓰기 강의에서도 '어떻게'보다 '왜'를 강조하는 이유다. '어떻게'로 시작되면 방향을 모르고 열심히만 한다. '왜'를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현명하게 일을 벌일 수 있다.
'시작'을 하거나, '끝'을 잘 마무리하라는 격언이 참 많다.
알다시피 때론 격언이나 명언들 사이에 그 의미가 상충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따지면 나는 '시작'에 대한 명언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시작하지 않으면 끝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플라톤이 말한 '시작은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설령, 그 끝이 아름답지 못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었더라도 말이다.
일을 벌이면 시간은 내 편이 되고 나는 더 성장한다.
우선 무어라도 시작하는 게 좋다.
'왜'라는 물음을 던지며 시작하는 것이다.
일을 벌이면 시간은 내 편이 된다.
벌인 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다간 시작도 하지 못한다. 시작하면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기한 내에 내가 벌인 것을 어떻게 수습할까 고민한다. 시간이 짧을수록 그 고민의 깊이는 깊다. 평소에 발휘하지 못했던 몰입의 힘이 생긴다.
나는 주말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시간 관리는 더 어렵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어영부영하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을 많이 벌여 놓거나 시작을 많이 해 놓으면 강제로라도 시간 관리가 된다.
시작한 것엔 끝이 있어야 하고, 끝이 있어야 하는 것엔 나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의 의뢰를 덥석 받고, 기한 내에 강의안을 완성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나는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 강의안을 만드는 그 시간은 아무리 바빠도 어떻게든 확보하게 된다.
때론 그 과정이 고되고,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끝을 내면 나에겐 '시간 관리'와 '성장'이란 선물이 돌아온다.
사실, 오늘 내가 누리는 성과들은 과거의 내가 무언가를 '시작'했기 때문에 맞이할 수 있는 선물이다.
쌓여 있는 글, 글이 모여 만들어진 책, 꾸역꾸역 기어이 써낸 기고글, 함께 쓰고 함께 출판하는 글쓰기 프로젝트, 많은 분들이 내 강의를 듣고 글쓰기를 시작하실 수 있는 노하우가 담긴 강의안 등.
'시간 관리'는 어렵다.
그래서, 언제나 시간은 내 편이 아니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젠 뭔가를 좀 알 것 같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일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항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잠시라도 시간이 내 편이 된다는 그 느낌은 꽤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