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 상품권을 사야 하는데 온누리 상품권을 산 것이다. 잘못 산지도 모른 채 한참을 지나 알았으니 환불은 되지 않는다. 한도를 꽉 채워 산 금액도 적지 않다.
내 실수를 탓하기보단 무엇이 남는 장사일지를 생각해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시장 활성화에 일조해보자고 마음을 바꾼다. 가족들과 매 주말에 시장을 방문하는 이유다.
시장엔 활기참이 있다.
어디서 득음을 했는지 궁금한 생선가게 아저씨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 다발 생생한 미역을 꺼내 진열하시는 아주머니 가게 안에는 바다가 있는 게 아닐까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끊임없이 튀겨져 나오는 노오란 통닭과 높이를 모르고 쌓여 있는 족발은 가던 길을 자꾸 멈춰 세우고, 형형색색의 과일은 향긋한 내음을 온 사방에 뿜어낸다.
나는 아이들에게 시장의 그 생생함을 보여 주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 생생함의 이면을 보는 시야를 얻길 바란다. 시장의 생생함은 언뜻 활기참이 전부인 것 같지만, 그 활기참은 곧 생존을 위함이란 걸 말이다.
'생생하다'란 말의 '생'은 '生(날, 살 생)'의 뜻을 가지고 있다.
'생'자가 두 번 반복되니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기어이 활기참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끔 시장에 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자극을 받는다.
생생하지 못했던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말 그대로, 그 '생생'함은 두 배 더 열심히 살라는 뜻이 아닐까.
"살아라, 살아라" 시장이 말하고. "그래, 생생하게 살자, 살자" 내 맘은 대답한다.
전 세계를 뒤덮은 바이러스도 시장의 생생함은 멈추지 못했다.
살아 있는 존재의 생생함은 함부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상품권을 잘못 산 내 실수는 내 삶에 모자랐던 생생함을 얻기 위한 내 무의식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맛있는 걸 보고 듣고 맛보고 거기다 생생하게 살라는 깨달음까지 얻었으니 사뭇 그 상품권의 값어치가 얼마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