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니라 발버둥 쳐도 내 것이 되는 건 '나이'와 '죽음'뿐
살다 보면 원하지 않는데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 이별의 순간에 삶은 무기력해진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허공에 삿대질을 해보지만 멀어지는 것들을 다시 어찌할 순 없다.
사랑했던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는데도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
그토록 바라고 바라 왔던 꿈이 산산조각 났던 순간.
아직은 고장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물건들.
또는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은 모든 일들.
어쩌면 모두가 내 것이라 생각한 착각의 말로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이 참 무섭고도 소중하다.
혹시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들을 내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간절히 원해도 어차피 떠나갈 다음의 것들은 무엇이 될까. 내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이라면 그건 소중함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다.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 그저 스쳐갔던 사람일 수도, 누군가 간절히 원했지만 그 사람에게 등을 돌린 사람일 수도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나조차 나를 가진 것 같진 않다. 내가 나를 가졌다면 지금 내 삶의 모습이 지금과는 달랐을 거란 생각이다.
내 것이 되지 않아 원망하고 갈망했던 시간이 한없다.
내 것이라고 느껴 감사했던 날보다, 내 것이 아니라고 투덜댔던 시간이 인생의 절반을 넘는다.
이제 거의 인생 절반을 살아왔다.
남은 절반의 절반 이상을 투덜대며 살아가고 싶진 않다.
발버둥 쳐도 떠나갈 건 떠나가고, 올 것은 온다.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하여, 나와 함께 잠시 있어주는 그것들에게 나는 소홀한 건 아닌지. 내 것이라 착각하며 내 맘대로 마구 대하려 했던 건 아닌지. 더불어 그 대상들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려 한다.
내 것이 아니라고 발버둥 쳐도 기어이 내 것이 되는 건 '나이'와 '죽음'뿐이다.
투덜댈 시간이 없다.
고로, 나는 그저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