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Feb 11. 2021

인생 2회차이고 싶을 때

기억하지 못할 뿐, 이미 내 삶은 인생 'n회차'일지도

우리의 하루는 후회로 가득하다.

후회는 '깨닫고 뉘우치는 것'이다. 깨닫고 뉘우친다는 건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것인데, 이를 보면 후회는 과거와 연관되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미래를 미리 후회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밌는 건, 미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과거의 나도 매 순간을 그렇게 살아왔을 텐데, 지금 나에겐 왜 이리 많고 큰 후회들이 가득한지 모르겠다. 그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아닌 게 많고, 지금 최선이라고 느끼는 것들이 앞날에 유효하지 않을지 모른다. (느낌 통계상 그 유효하지 않음이 50%를 넘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론 생각한다.

인생 2회차이고 싶다고 말이다.


인생 2회차이면 기분이 어떨까?

나는 초등학교 때 영재 소리를 듣고, 포기했던 수학을 다시 하게 되고, 그러함으로 나의 인생은 달라져 있을까?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희망찬 잡념은 끊이질 않는다.


인생 2회차가 떠오르는 그때는 후회가 가득할 때다.

후회가 가득할 때는 인생 2회차이고 싶을 때일 테고. 그 둘의 관계가 참 심상치 않다.


가장 크게 인생 2회차를 바라는 건 돈과 물질 앞에서다.

그때 그 땅을 샀어야 하는데, 그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유튜브를 먼저 시작했어야 했는데란 후회는 이미 나를 과거로 회귀시킨다. 모든 걸 알고 매입한 땅 값이 올라 건물주가 되어 있는 행복한 상상은 짧지만 강렬하다. 그러나, 강렬한 만큼 허탈해지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또 다른 후회는 참지 못한 순간들이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 화내지 말았어야 했던 순간, 설레발치지 말았어야 했던 상황들. 말 그대로 깊고 진한 흑역사의 순간들은 인생을 통째로 되돌리고 싶은 강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또 하나.

만약 내가 인생 2회차라면, 나는 글쓰기를 좀 더 빨리 시작하고 싶다. 왜 인생 1회차의 거의 절반 즈음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는지 못내 후회스럽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나이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시작한 사람들에겐 일종의 질투를 느낄 정도다.


글을 쓰고 있자니, 인생 2회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렬해진다.

그러나 좀 더 두렵고 무서운 건, 이미 내 삶은 인생 'n회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기억을 하지 못할 뿐. 기억하지 못하는 인생의 리부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일까.

돌아갈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 만든 말이 있긴 하다. 바로,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이다. 전반전을 반추하면 후반전을 잘 뛸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누는 건 하프타임이다. 하프타임은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과연 내 인생에 있어 쉼표는 어디에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흔히들 나이로 그것을 나누곤 하지만, 나이와 내 철듦이 일치하지 않음으로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즉, 나이가 들었다고 후반전의 시작은 아니란 생각이다.


글을 쓰며 곰곰이 생각해보고 싶다.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눌 쉼표를 어디에 찍을지를. 아니, 이미 찍혔을 수도 있으니 그렇다면 어딘가에 그 쉼표가 있는지를.


또는, 내가 써 내려가는 글들이 그 어떤 거대한 쉼표의 일부분일지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인생에, 나는 인생 2회차를 한 번 더 갈망한다. 아니면, 지금 삶을 선명히 기억하는 다음 삶을 기대하거나.




[글쓰기 강의 + 함께 쓰고 출판하기]

스테르담 글쓰기 클래스(쓰기+출간)


[글쓰기 시작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탈잉 글쓰기 클래스(VOD)

탈잉 글쓰기 클래스(오프라인/줌라이브)


[종합 정보 모음]

스테르담 저서 모음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내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