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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17. 2021

내 기분이 가족의 기분이 되지 않도록

가족의 기분이 내 기분이 되어 좀 더 웃을 수 있길 바라며

즐겁게 가족들과 차를 타고 나선 길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오랜만에 함께 나들이를 간다는 설렘의 마음은 그 화창함을 능가했다. 주위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들리지 않던 새소리까지 내 귀에 살포시 와 닿았다. 순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란 영화 제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벽함에 흠집이 잡히는 건 일순간이었다.

흠집은 '완벽함의 일부'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음의 전체'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함은 그 작은 흠집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주차장을 나설 때부터 위험하게 비껴가는 오토바이, 방향 지시등만 고장 난 게 확실한 앞 차, 신호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스스로 도로 교통법을 창조(?)하며 운전하는 사람들.


내 기분은 상할 대로 상했다.

상한 기분은 마음으로 향했고, 그 마음은 감정이라는 것으로 변환되었으며 변환된 그 감정은 얼굴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갑자기 차 안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에 드리운 어두움 그리고 탄식과 함께 살포시(?) 튀어나온 입 안의 된소리가 가족들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내 기분이 곧 가족의 기분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들떠 있던 내 기분도 우리 가족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함께 웃으며 차에 올라탔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의 기분을 공유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우리는 기분이 좋아 들떠 있을 때보단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들떠 있다는 그 자체가 땅에 발이 닿지 않은 불안정함이다. 들뜬 마음은 어떻게든 이내 내려오게 되어 있다.


문득, 갑자기 상해버린 내 기분이 완벽함을 없애버린 흠집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좀 더 참았으면, 일어난 자극에 좀 더디게 반응했다면 좀 더 나았을까?


사실, 나는 좀 다른 방법을 택한다.

기분이란 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걸 알아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흔히들 기분과 감정을 다스리려는 시도가 많은데, 그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고 이루어지더라도 억눌렸던 감정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오히려 더 크게 폭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나쁜 건 그대로 표현하되 가족들에게 '설명'을 한다.

이러이러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고, 내가 이런 반응을 보였는데 후회한다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것이다. 촉발된 감정은 막을 수 없으나, 수그러드는 감정은 설명할 수 있다. 설명조차 하지 않을 때, 좋지 않은 기분과 감정은 나와 상대에게 모두 흠집과 찌꺼기로 남는다. 그러나, 설명하면 나도 반성이 되고, 상대도 수긍을 한다.


만약, 내가 80% 기분이 좋고 20% 그러하지 않다면 나는 '내 기분이 가족의 기분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분이 좋을 땐 '순간'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 말한다. '행복'은 '순간'과 꽤 어울리는 단어다. '행복한 순간'이란 말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유다.


내 기분이 가족의 기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가족의 모든 기분을 포용하겠으나, 내 휘청임과 요동을 가족들에겐 들키고 싶지 않다.


중년 가장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고리타분하게 표현되어도 좋다.

내 기분이 가족의 기분이 되는 게 아니라, 가족의 기분이 내 기분이 되어 좀 더 웃을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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