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고 설레는 사랑 그리고 포용이라는 서로의 태도
남자와 여자 간의 미묘한 관계를 이제는 제법 알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서다. 남자와 여자는 남편과 아내가 되었고, 이어서 운명과 같이 아빠와 엄마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도 '남자'와 '여자'라는 본분은 잃지 않아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성(異性)의 설렘은 일상을 관통해야 한다. 일상의 설렘은 어찌 보면 궁극의 깨달음이다. 일상이 설렐 수 있다는 건 일상을 달리 볼 줄 안다는 말이고, 일상을 달리 볼 줄 안다는 건 삶 자체를 포용할 줄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포용'은 어느 하나만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아량과 너그러움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포용이다. '포'는 감싼다는 뜻이고, '용'은 얼굴을 말한다. '얼굴'은 '얼이 깃든 굴'이고 그 안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사람의 얼굴엔 표정이 있고 그 표정을 만들어내는 것은 '감정'과 '마음'이다. 그 둘에 따라 우리의 '희로애락'은 결정된다. 그러니까, 진정한 포용은 그 모든 감정의 기복과 표현을 모두 받아낼 줄 아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는 부부와 부모의 단계를 거치며 포용의 정도가 커진다.
물론, 포용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할 때 서로는 남이 되기도 한다. 남이 되어야 비로소 포용할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젊은 날의 내 사랑법은 '자상함'이었다.
내 사람을 끝까지 챙겨주겠다는 마음이 한없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고, 밤하늘의 별을 따다 주는 것 빼고는 웬만한 모든 걸 해주려 노력했다. 설레는 사랑 앞에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랑법이 많이 바뀌었다.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 여자'에게만 쏟았던 시간을 이제는 아이들에게도 쏟아야 하고 감미로운 말보다는 세금 고지서나 이달의 생활비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내가 낭만을 찾으려 더 노력하는 이유.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이기 이전에 나와 나의 그녀는 남자와 여자이기 때문이다. 낭만의 시작과 끝은 바로 '표현'이다. 표현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반대로, 사랑인 줄 몰랐으나 표현하면 그제야 사랑의 힘을 알게 된다.
물론, 예전과 같이 빨간 장미꽃을 사거나, 하염없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란 말을 하지는 못한다.
젊은 날의 낭만과 중년의 낭만엔 아주 커다란 갭이 있기 때문이다. 순간과 같은 영원, 영원과 같은 순간을 만들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마지막 남은 고기 한 점 양보하기 (고기뿐만 아니라 맛있는 것 먹을 땐 항상...)
아이들 식사 챙겨주는 게 힘들어 보일 때 외식하기 (외식을 자주 하는 이유...)
달콤한 음식으로 유혹하기 (빵, 마카롱, 코코넛 커피 등)
산책할 때 슬쩍 손 잡기 (깍지를 껴서...)
나에게 하는 말 경청하기 (아이들 학원 이야기, 주식 이야기, 주변 사람들 이야기 등)
아내는 내가 얼마나 고기에 집착하는지를 알기에.
두 초등학생 아들을 챙기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밥상을 차려야 하는지 알기에.
아내가 '빵'이란 단어만 들어도 소녀와 같은 미소를 자기도 모르게 짓는 걸 알기에.
손을 잡거나, 꼬옥 안거나 하는 등의 불쑥 들이대는 일상의 순간들이 생각보다 위로가 된다는 걸 알기에.
내 옆에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나에겐 고마운 일인 줄 알기에.
중년 남자의 사랑법은 예전의 달달함과 많이 다르다.
사람은 달달한 것만을 먹고살 순 없다. 달달하지 않은 서로의 모습도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건 바로 '배려'덕분인데, 이 '배려'는 결국 사랑이라는 근원으로부터 온다. 더불어, 젊은 날의 사랑이 기분과 감정에 기반한 것이라면 중년의 사랑은 믿음과 위로에서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저 사람을 포용할 수 있고, 나 또한 저 사람에게 포용될 수 있다는 마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안락함과 위로가, 젊은 날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랑이었음을 중년이 되어서야 깨닫고 있다.
P.S
나는 세상 모든 유부남의 적이 되고 싶진 않다.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에세이로 표현한 것이므로, 다른 유부남들에게 도발하는 글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