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지금 당장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에 가니 주식 관련 책이 온 매대를 덮고 있습니다.
그만큼 주식이 대세가 되었다는 뜻일 겁니다. 요전만 해도 자기 계발서가 주를 이루었는데, 어느새 '자기 계발'은 '돈 계발'로 급격히 바뀐 겁니다. 사실, 이런 전조는 있었습니다. 스마트 스토어나 구매대행 및 상품 연계 블로그가 그것들입니다. 월급으론 부족한 현시대를 대변하는 것이고, 이왕 자기 계발을 할 거면 돈과 관련된 것을 해야 한다는 정서가 가득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경제적 자유를 하루라도 더 빨리 얻으려는 시대 기조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는 돈들이 증시로 몰리고 있습니다.
직장인은 물론, 학생과 주부 그리고 은퇴한 분들의 돈까지 유입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예탁금은 한 때 사상 최초로 70조를 넘어, 현재에도 60조 이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주식계좌를 열어주는 것도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코흘리개 돈까지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버블'이란 단어가 만연합니다.
증시 과열과 버블의 증상으로, 주식을 모르던 사람들의 돈이 유입되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지목합니다. 이미 매대를 덮고 있는 주식 관련 책들도 그 현상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 의견은 반반입니다. 과열인지 아닌지, 지수가 더 올라갈지 폭락할지는 신도 모르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쏠림 현상을 보면서 글쓰기를 떠올렸습니다.
글을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입니다. 글쓰기나 책쓰기 강의 또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글쓰기에도 버블 현상이 적용될까요?
인류 최초의 버블(과열 투기) 현상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졌습니다.
튤립 구근에 사람들의 욕심과 광기가 더해지자, 새싹이 나오지도 않은 튤립 구근은 선물로 거래되어 당시 집 몇 채의 가격에 거래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곧 그 광기가 걷히고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은 '튤립 파동'이라는 역사 속 인물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주식에는 '욕심'과 '광기'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글쓰기와 버블은 어울리는 말이 아닌 걸까요?
저는 글쓰기가 반은 버블과 관련이 있고, 또 반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버블은 언제나 '돈'과 동행합니다. '돈'은 또다시 '욕심', '광기'와 동행합니다. 글쓰기를 돈의 수단으로 보거나, 돈만을 위한 글쓰기를 한다면 그 목적들이 모여 버블을 만들거라 생각합니다. 그 버블들이 모여 마침내 터지고 나면, 각자의 손엔 남는 게 없을지도 모릅니다. 돈을 벌지 못한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들어오는 돈이 크지 않다고 실망하면서 글쓰기는 멈추게 될 것입니다.
개인 브랜딩을 목적으로 성급하게 글을 쓰는 것도 이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을 써서 개인 브랜딩을 해야 하는데, 개인 브랜딩을 위해서 글을 쓴다면 조급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조급한 마음은 욕심을 만들어 내고, 그 욕심이 당장의 성과와 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글쓰기를 멈추게 되는 겁니다.
저는,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할 때, '글쓰기엔 버블이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위한 글쓰기엔 '돈'은 물론, '욕심'과 '광기'가 개입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쓰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글쓰기는 무한 확장성을 가진 자원이자 자산입니다.
너도 나도 주식을 한다고 하면 모두가 불안해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해서 불안하거나 무언가를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단,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글쓰기를 수익 수단이나 개인 브랜딩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만 본다면 불안함과 조급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글쓰기엔 버블이 없는데, 혹시라도 너도 나도 쓰는 세상이라 불안하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 S. Lewis -
글쓰기엔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내 머리와 마음엔 무한의 소재가 숨어 있습니다. 무형의 것을 실체로 만드는 그 희열과 고통 또한 돈으로는 환산될 수 없는 무엇입니다.
무엇이라도, 그 어떤 것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글쓰기엔 버블이 있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분이라도 더, 글쓰기를 지금 당장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