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드높은 하늘. 화창한 햇살. 공원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 흘러나오는 음악. 돗자리 위에서 아내의 다리를 베고 그 모든 걸 오롯이 즐기고 있는 나.
이보다 더 아름다운 휴식이 있을까 싶었다.
너무나 완벽해서 어느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과도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 어려웠던 지난날들은 물론 앞으로 맞이할 힘겨운 시간을 미리 보상받는 걸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이내 불안해졌다. 이 순간이, 이 행복이, 이 충만한 마음이 그리고 지금 내 주위 모든 조건들이 하나라도 사라지면 어쩌지란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불쑥 올라오는 이 생각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꼭 그때 그런 생각을 해야 했을까, 그런 불안을 느껴야만 했을까를 마음으로 되뇌며 나를 다그치고 또 다그쳤다.
정신 차리고 보니, '휴식'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충만했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금 일어나 뛰어야 한다고, 해야 할 일을 하나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소란하게 나를 종용했다.
그러고 보니, 휴식은 언제나 불안과 함께였다.
쉰다는 것에 대해 나는 익숙하지 않았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곤 했다. 그렇다고 오늘을 제대로 걷는 것도 아니었다. 우왕좌왕. 방향을 잡지 못하는 조급함과 분주함으로 열심히 걷긴 했으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날들도 여럿이다.
아무리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지만, 휴식과 불안 또한 그와 같은 관계라니 삶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휴식을 인식하는 순간 불안은 올라온다. 올라오는 불안을 막아보려 하지만 작은 두 손으로 터진 둑을 막는 모양새다. 불안은 정말이지 군대와 같이 몰려온다.
그러나, 이것을 다시 역설하여보면 불안 속에 휴식이 있다.
즉, 불안은 걱정을 낳고 그 걱정은 나를 위한 것이고, 또 최악의 상황을 면하려 하는 것이니. 불안은 결국 어떻게든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보려는 발버둥이다.
아, 이제야 나는 '휴식'과 '불안'이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관계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말 그대로 그 둘은 '한 세트'인 것이다. 그러니 휴식하다 올라오는 불안을 부정할 필요 없으며, 불안은 결국 덜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휴식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어느 한 가지만을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나이를 쌓아가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이것을 가지려면 저것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것을 가지려 하면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달려온다는 것을.
불안을 가지고 하는 휴식.
휴식을 이루어내기 위해 우리가 겪어야만 하는 불안.
삶은 나를 한시도 가만 두지 않는다.
그것은 숨 쉬는 존재들의 숙명일 것이다.
숨 쉬지 않는 그 순간부터는 영원한 휴식에 돌입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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