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은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다.
'손맛'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이게 참 무섭다. 느껴본 사람만 안다.
처음 그 말을 들은 건 '낚시'에서였다.
낚시를 즐겨하지 않지만, 강태공들이 낚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손맛'이라는 건 잘 안다. 아마도 '손맛'이란 말은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에 인박여 있다가 낚시라는 분야에 은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통된 정서는 기어코 이 은유를 확대한다. 낚시에만 국한된 뜻으로 사용되기엔 그 은유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손맛'이란 말은 '손으로 하는 것들'에 주로 대입이 된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도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손맛'이었다. 그립과 스윙 그리고 타점이 정확히 일치해 헤드에 공이 정통으로 맞았을 때의 그 '손맛'은 가히 감동이다. 문제는 이 한 번의 느낌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니까, 백 번의 스윙을 통해 이 '손맛'은 한두 번 느낄까 말까인데 그 한 번의 쾌감을 잊지 못해 어설픈 스윙은 계속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나는 농구에서, 스쿼시에서 그리고 드럼 연주에서 '손맛'을 느꼈다.
그렇게, '손맛'은 나에겐 쾌감이란 의미였다.
보통, 쾌감은 삶을 바꾸지 못한다. 쾌감은 순간이기 때문이며, 한 순간의 쾌감을 얻기 위해 그 이상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쾌감의 순간을 이으면 어떤 의미가 분명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그 '손맛'의 끝엔 언제나 허무함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나간 쾌감을 부여 잡거나, 다음 쾌감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시간의 덧없음을 깨닫고 만 것이다. 물론, 지난 나의 쾌감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분명 퍽퍽한 삶에 활기를 주는 좋은 에너지였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는 더 무서운 '손맛'을 알게 되었다.
바로 '글쓰기'라는 '손맛'이다. 갑자기 들어찬 일상에서의 영감은 머릿속을 꽉 채웠고, 흘러넘친 깨달음과 의미들이 마음으로 흘러내려갔다. 흘러 내려간 마음은 요동했고, 이것을 어서 밖으로 표현해내야 한다는 긍정적 강박이 작동했다. 강박이 휘몰아치자 마침내 손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경험해본 느낌.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나, 기어이 표현하자면 그것은 손끝의 간지러움이었다. 당장, 자판을 두드리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은 그 느낌이 나를 책상 앞으로 이끌어 속에 있는 것들을 내어 놓기 시작했다.
타자를 쳐내려 가는 그 와중에 느끼는 손 끝의 느낌.
뜬구름과 같았던, 존재하지 않았던 생각과 느낌이 활자라는 실체로 나타나는 작은 기적. 간질간질한 손 끝이 충만하고도 후련한 느낌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다 합치면, '손맛'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그것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
한 가지 신기한 건, 글쓰기라는 '손맛'은 쾌감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쾌감과 직결되지 않으니 순간에 머물지 않는다. 순간에 머물지 않으니 허탈함이 없다. 오히려, 무언가가 더 채워지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것은 좀 더 광범위한 개념의 쾌감일지도 모르겠다. '환희'라는 표현이면 조금 더 괜찮을까. 어찌 되었건, 지난 '손맛'들은 내 삶에 활기는 주었을지언정 변화를 주진 못했으나, 글쓰기라는 '손맛'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손맛'의 매력은 금방 잊는다는데에 있다.
기억은 하지만,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또 그것을 맛보려 달려드는 본능.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고, 해본 것이 더 강한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는 글쓰기라는 '손맛'을 알게 된 걸 축복이라 생각한다.
'손맛'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것을 헤아릴 수 없다. 경험해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이 느낌이 전달되길 원한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널리 알리되, 강요는 하지 않는다.
'손맛'은 다 때가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 느낌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더 그 '때'가 빨리 왔었다면 어땠을까를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지금에라도 느낄 수 있는 이 '손맛'에 나는 그저 감사하기로 한다.
써오지 못한 세월만큼, 그 이상의 것들을 쏟아내면 될 테니.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오히려 더 다짐하게 된다.
'손맛'은 이렇게나 무서운 것이다.
특히, 글쓰기라는 '손맛'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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