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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22. 2021

마음이 편하니 글이 안 써진다.

마음이 불편하니 손가락이 절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

간혹 삶이 평온할 때가 있다.

정말 간혹이다. 왠지 모르게 찾아온 평온은 폭풍 전 고요와 같은 불안을 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우선은 그 평온을 만끽하려 노력한다.


평온한 마음은 마치 불순물이 모두 가라앉은 잔잔한 물과 같다.

햇살이 그 물결에 닿기라도 하면 삶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살짝 눈을 감아보면 모든 게 장밋빛이고, 모든 게 해맑다. 마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기분은 그야말로 무언가에 취해있는 마음 그 자체다. 살아가는 데 있어 나는 이러한 시간이 좀 더 많기를 바란다. 세상이 나를 좀 잔잔하게 있을 수 있도록 좀 놔뒀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평온한 마음을 글로 담아보려 하면 할수록 잘 되지 않는다. 글로 담을 마음조차 생기지 않을 때가 많다. 그저 늘어져 있고 싶은 몸과 마음의 상태. 말 그대로 '릴랙스', Re(다시) + Lax(느슨한) 모드로 전환이 되어서일까. 잔잔한 물결 위 내가 쓸 이야기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바람이 불고, 비 오고 태풍이 엄습하면 저 수면 아래에 있던 것들이 올라온다.

투명하고 잔잔한 물은 어느새 흙탕물이 되고, 혼탁한 시야만큼이나 삶은 어두워지고 막막해진다. 이러한 일들은 나에게 왜 일어나는 걸까. 잔잔한 물결처럼 살고 싶은 내 바람은 왜 이리도 순식간인지. 평온하다 느낄 그 찰나에 세상은 나를 가만두지 않고 만다.


쫓기듯 살고, 변명하듯 하루라는 옷을 벗어 제낀다.

다시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를 바라며 수면을 바라본다. 아, 그런데. 그 물에 손을 넣어보니, 무언가가 잔뜩이다. 불안, 공포, 허세, 기쁨, 슬픔, 분노, 질투, 시기, 자존감, 자괴감, 사랑, 가족, 욕심...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 셀 수 없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평온할 땐 저 바닥 아래에 흙속에 감추어져 보지 못했던 것들. 손을 휘휘 저으니 얻어걸리는 모든 것이 글감들이었다.


마음이 불편하니 손가락이 절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

맑고 평온한 마음에 늘어져 있던 나는, 불편한 마음에 기어이 몸을 일으켜 하나 둘 글을 써 내려간다.


흙탕물 속에서.

오늘 건져 올린 불안.

너무나도 싱싱한 분노.

유통기한을 막 지나치려는 행복.

있는지도 몰랐던 마음속의 상처와 욕심 그리고 시기심까지.


마음이 평온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평온할 땐 아무것도 못하고. 기어이 마음이 흙탕물이라는 엉망진창이 되어서야 나는 너덜너덜한 몸과 마음을 추슬러 글을 쓰게 된다.


이쯤 되면 글을 많이 쓰고 싶다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평온하며 소비적인 것보단 불편해도 생산적인 게 낫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편하면 글이 잘 안 써진다.

마음이 불편하면 쓸 게 정말 많다. 써지기도 잘 써진다.


그래서 나는 때론, 평온한 하루에 손을 넣어 마음의 물을 휘휘 저어 본다.

태풍이 아닌, 내가 만든 흙탕물 속에서 불편한 마음들을 꺼내어 놓는 것은 또 다른 맛이자 재미다. 게다가 불편한 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꾸러미들이 한가득이다.


평온함은 꼭 있어야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야 한다. 평온함의 속성 상, 그 자체가 길게 이어질 성격이 아니다.


혼란함 속에서, 혼탁함 속에서.

편하지 않은 마음에서, 요동하는 감정에서.


그렇게, 글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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