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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7. 2021

하고 싶은 일만 하니까 무기력이 찾아오는 아이러니.

나는 다시 마음 불편한 천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무기력은 의욕이나 활력이 없다는 말이다.

분명 시간이 나면 다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일들인데, 막상 시간이 주어지고 나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그 순간. 자괴감과 자책감이 몰려온다. 


지난날의 무기력함을 모으고 모으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누군가가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한 뼘 더 작아진다.

사실, 중요한 건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다. 초침, 분침, 시침보다 더 명확한 마음속 시계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는 기력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좀 있다.

요즘 나는 심히 무기력함을 느끼는데, 나 자신을 돌아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큰 문제는커녕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쓰고 싶을 때 쓰는 아주 태평성대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은 계속해서 다니고 있고, 일은 줄지 않았는데. 주기가 돌다 보면 각각의 아귀가 (우연히) 맞아떨어져 발생하는 슈퍼사이클과 같이, 이상하도록 평온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남는다 생각하니,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오히려, 야근으로 자정을 넘겨 들어와 눈을 부릅뜨고 한 글자라도 적으려 노력하던 그때가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 좋았다. 물리적인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서인지 글을 쓰는 속도는 더디고, 심지어는 차일피일 미루기를 반복한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시간이 나면 하고 싶었던 운동이나 어학공부 등도 마찬가지. 


할 수 있을 때 오히려 마음은 방만해지고, 하고 싶은 일들을 깨작깨작 하고 있으니 무기력이 찾아오는 아이러니를 맞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먼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를 싱싱하게 운반하는 방법은 그 어항 속에 물고기의 천적을 한 마리 넣는 것이다.

그러면 몇 마리는 천적에게 잡아먹힐지는 몰라도 대부분은 팔딱이는 활력을 얻는다.


물리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시간.

하고 싶은 일만 계속할 수 있는 환경. 이 두 조합이 혹 천적 없는 어항이 아닐까? 달달한 것을 계속 베어 물면 잠시 잠깐 기력이 올라가는 것 같지만 이내 그 이상으로 곤두박질치는 기운처럼.


해야 하는 일, 하기 싫은 일을 떠올려본다.

당장 나가 뛰는 일. 테스트를 위해 무언가를 외워야 하는 일. 쌓여 있는 치울 거리와 미루고 밀었던 어학공부 등. 그러고 보니 어쩌면 나는 지금껏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쉬운 일'과 혼동해왔는지 모른다. 그러니 마음이 편했겠지만 그것은 잠시.


무기력이 나에게 다가와 자꾸만 나를 깨우치려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쉬운 일'을 구분하라고. 하기 쉬운 일만 하니까 그렇게 늘어지는 것이라고. 지금 당장, 하기 어렵고, 하기 싫고, 해야 하는 일을 하라고. 그 천적들이 오히려 너의 기력을 북돋아줄 거라고.


그리하여 마침내 더 성장하고 더 활기차 질 수 있다고.


하고 싶은 일만 하니까 무기력이 찾아오는 것도 아이러니이지만, 무기력이 내게 말을 걸어 활기를 불어넣는 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삶은 원래 아이러니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려 하면 삶은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그 휩쓸림과 균형 맞추기 사이, 태평성대하게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

누워 있으려 했던 나를 반성하며, 나는 다시 마음 불편한 천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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