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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9. 2021

낮잠을 위한 시

마음을 달래려 글을 쓰는 것처럼, 몸을 달래려 낮잠을 즐기는 것이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보면, 정해진 시간에 강박적으로 낮잠을 청하는 교장이 등장한다.

어찌 보면 변태스럽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시간만큼의 낮잠을 즐긴다. 나는 세 얼간이란 영화를 지금보다 젊을 때 한 번 봤었고 우리 아이들에게 추천을 해주며 최근에 한번 더 봤는데, 예전에 봤을 때 그 교장의 행동은 기괴하게 느껴졌으나 이제는 그 기괴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그와 같이 시간을 정하며 낮잠을 즐기진 못하지만, 분명 나는 주말의 몇 시간은 낮잠으로 보낸다.

예전에 낮잠은 시간을 허비하는 못된 습관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축복과도 같다.


대신, 가능한 아침은 일찍 시작하려 노력한다.

미라클 모닝에 준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주말 아침치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곤 바로 샤워를 하고 글 한 편을 쓴다. 그러면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날 때가 되는데,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바람을 쐬러 나간다. 쇼핑을 하거나 공원에 간이 텐트를 치고 쉬거나, 축구나 농구와 같은 운동을 즐긴다.


그것들을 즐기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1시 경이되는데, 그 시간부턴 가족 각자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내는 요즘 열심인 주식공부를 하고, 아이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TV나 영화를 본다.


나는 이 시간에 단연코 낮잠을 택한다.

직장인이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건 피곤함을 감수한다는 말이다. 일찍 일어나 가족들과 나들이도 갔다 왔으니 몸은 이미 노곤해져 있다. 일주일간 쌓였던 직장에서의 피곤함도 나에게 낮잠을 종용한다.


쓰러지듯 침대에 눕는다.

물아일체가 이런 것일까. 침대에 딱 달라붙은 나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잠시 즐기다 이내 눈을 붙인다. 그때 급속도로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은 가히 일품이다. 이 기분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너무나 좋아서다. 달리 말해 중독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나는 몇 시간을 잘 지 정해 놓지 않는다.

눈 뜨고 싶을 때 눈을 뜬다. 때로는 1시간, 때로는 3시간 정도 낮잠을 즐긴다. 하루가 허무하게 흘러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난 낮잠을 포기하지 않는다.


낮 시간 15분에서 30분 간의 낮잠을 주기적으로 즐기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뉴스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낮잠을 15분에서 30분만 즐기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나에게 낮잠은 그 짧은 시간 이상을 즐겨야 하고,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일종의 해방, 일종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허무하게 보낸다기보다는 일주일 간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

나는 더 이상 낮잠이 허무하거나 불필요하거나 낭비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을 달래려 글을 쓰는 것처럼, 몸을 달래려 낮잠을 즐긴다고나 할까.


다만, 낮잠은 편 자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이 편해야 한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끝내 놓거나 낮잠을 자고 일어난 힘으로 그것들을 해내려 노력한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지 않다면 나는 분명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나는 이제 낮잠 없인 주말을 온전히 보낼 수가 없다.

물론, 낮잠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에선 큰 미련을 두지 않는다. 가능한 상황이라면 나에게 주는 그 선물을 즐기려 한다.


쓰고 싶을 때 쓰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는 그런 삶을 꿈꾼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뿐.

낮잠을 위한 시를 쓰다 보니, 이제야 나는 그것을 깨닫는다. 


이 또한 낮잠의 선물임을, 나는 그저 덥썩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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