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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5. 2016

속담으로 이해하는 네덜란드

속담도 그림으로 승화 시킨다!

속담


1. 오랜 세월을 거쳐 삶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나 어떠한 가치에 대한 견해를, 간결하고도 형상적인 언어 형식으로 표현한 말
2. 속된 이야기
3. 주로 하나의 완결된 문장의 형태를 띠며 다양한 종류의 수사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표현의 함축성과 세련성을 잘 보여 준다.

- 어학사전 -




우리나라에서 '속담'이란 말이 처음 쓰였다고 알려진 것은 조선 중기 어우야담( 於于野譚)이나 동문유해(同文類解)같은 책에서다. 그러나 속담이 쓰인 책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책에 써지기 훨씬 전부터 사용되어져 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속담은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한 마디만 듣고 그 문장이 이야기하는 비유와 상징을 이해하고,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좋은 속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기발한 비유는 물론이고, 그뿐 아니라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 듣는 누구라도 끄덕이게 만드는 공감과 시대를 아우르다 못해 대를 이어 전해지는 지속성 또한 그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시대가 급변하다 보니, 요즘은 속담을 가지고 언어유희를 즐기는 세태까지 일어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것이다', 또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담'은 한 나라의 정서, 문화, 생활, 개인은 물론 집단의식을 대변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언어유희도 오랜 세월에 걸쳐 견고하게 지어진 '속담'이라는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속담의 기원"


네덜란드의 속담 또한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는 '풍차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전해 내려왔겠지만, 속담 또한 유행을 타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니 그때가 바로 16세기다.


정확히 1500년에는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가 '격언집'을 출간하며 16세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로테르담의 에라스뮈스 대학 이름으로도 유명한 그는 로테르담에서 성직자의 사생아로 태어났고 이후 수도사를 거쳐 영국 유학을 통해 다양한 견문을 넓히게 된다.


그가 집필한 '격언집'은 단순히 격언을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구절의 의미를 설명, 논평하였고 비슷한 구절을 찾아 제시하여 당시 종교, 정치, 사회 상황을 비평하기도 했다. 이에 '격언집'은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휴머니스트들의 중요한 참고서 역할은 물론, 에라스뮈스의 이름을 유럽 전역으로 퍼뜨리는 역할을 해냈다.



"네덜란드 속담 몇 가지"


네덜란드 속담을 찾아 나열하면 그 가짓수가 이 곳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많겠지만, 뒤에 더 할 이야기가 있어 일단 그네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만 보고 넘어가고자 한다.



머리에 한 번 뭔가 들어가면, 엉덩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어떤 생각이 생기면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한다는 뜻)
묻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곧 배우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초혼은 의무, 재혼은 바보, 세 번째 결혼하는 자는 미치광이다.  
남을 해코지하려면 기계에 모래를 뿌려라.  
병은 말을 타고 들어와서 거북이를 타고 나간다.
남의 돈주머니를 베푸는 일은 쉽다.
남편의 어머니는 아내의 악마다.
문을 나서면 여행의 가장 어려운 관문을 지난 셈이다.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더 뒤로 처진다.
신은 매달 월급을 주지는 않지만 후불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네덜란드인은 홀란트(Holland, 네덜란드의 애칭)를 창조했다.
아내는 세 가지 종류의 눈물을 지니고 있다. 괴로움의 눈물, 초조의 눈물, 그리고 체념의 눈물이다.
아내의 눈은 방안을 청결하게 한다.
좋은 밤을 찾다가 좋은 낮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
집에 들어오기 위해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은 이미 힘든 여정을 마친 사람이다.
청어가 많이 잡히는 땅에는 의사가 필요 없다.
(생선의 영양소가 인간에게 매우 유익하다는 뜻)


결국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다는 느낌부터 네덜란드를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에 대한 존경까지.

이렇듯 속담은 어느 곳, 어느 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해내고 만다.


"역시 네덜란드! 속담도 그림으로 말한다!"


Pieter Bruegel 작 '네덜란드 속담 (Nederlandse Spreekwoorden)' 원제는 '푸른 망토' 혹은 '세상살이의 어리석음'이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인 'Pieter Bruegel'은 농민 생활을 애정과 유머로 담아 사실적으로 표현한 '농민의 브뤼겔'로 유명하다.


루벤스에게도 인정받은 그는 1559년 '네덜란드 속담 (Nederlandse Spreekwoorden)'이라는 명작을 만들어낸다. 그의 유명한 작품은 '장님', '라벨의 탑', '농부의 혼인', '눈 속의 사냥꾼' 등이지만 네덜란드 속담에 대한 글을 쓰는 내게는 위 그림이 가장 유.명.하.다.


단, 위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네덜란드가 아닌 베를린으로 가야 한다. 이 그림은 베를린 시립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100여 가지가 넘는 속담과 비유들"


이 한 폭의 그림에 100여 가지가 훨씬 넘는 속담과 격언, 그리고 사회 풍자가 뒤섞여 있다.

왼쪽 중앙에 거꾸로 걸려 있는 지구본이 뒤죽박죽인 세상을 꼬집으며 이야기는 시작되는 듯하다.


그림 중앙 푸른색 지붕 누각에서는 악마가 고해성사를 듣고 있고, 근처 붉은 드레스의 한 여자는 남편에게 푸른색 망토를 씌워주고 있다. 달을 향해 오줌을 누는 사람, 널빤지 위에서 한 손에 빵을 잡고 또 다른 손으로 빵을 향해보지만 닿지 않는 사람. 밀가루 반죽을 쏟아 주워 담고 있는 남자와 송아지 옆에서 구덩이를 메우고 있는 남자 등. 다양한 그들의 모습과 행동은 여러 가지 메타포를 연기(?)하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보자면. (출처: Wikipedia)

그림 아래 차례로 설명이 되어 있다.

악마마저 재울 수 있다. (집요함은 모든 것을 이루게 한다.)
기둥 무는 사람 되기. (종교 위선자를 이르는 말.)
한 손엔 물, 한 손엔 불을 가진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


벽에 머리 박기. (불가능을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
한쪽 발만 신발 신기. (밸런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덮개를 당기는 암퇘지. (부주의는 재난을 부른다.)
숯 위에 앉기. (성급함을 이르는 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위험하거나 터무니없는 일을 하는 것.)
이(Teeth)에 무장하기. (과하고 지나침을 비유.)
청어가 튀겨지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비유.)
달에 오줌 누기. (되지 않을 일에 괜한 노력하기.)



타르트로 지붕 덮기. (재산이 많음, 돈이 남아 돔을 비유.)
대빗자루 아래서 결혼하기. (결혼 없이 동거하는 것을 비유.)
이 빵에서 저 빵까지 간신히 닿을 듯 말듯. (가난하거나 Budget이 충분하지 않을 때 쓰는 말.)




사랑과 가난, 위선과 조롱, 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경고. 그리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엎질러진 물 등과 같은 우리네와 비슷한 속담까지 하나하나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네덜란드 사람이 아니면, 아니 네덜란드 사람일지라도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고 또 그래서 알아가며 재미있을 수 있는. 그러므로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으로, SNS에서도 유명하게 돌아다니는 네덜란드 속담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 네덜란드 친구들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 수 있는 좋은 말이다. 돈을 추구하는 장사꾼의 기질이 강한 반면 무엇이 더 소중한지를 아는 진정성 있는 이 친구들이 나는 좋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어도 가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도 지식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의사는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직위는 살 수 있어도 존경은 살 수 없다

돈으로 피는 살 수 있어도 생명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여자는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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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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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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