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만난 사사로운 즐거움
다른 운하 도시와는 다르게 운하 아래까지 이어지는 길목과 식당들.
그 모습이 암스테르담과 베네치아의 그 어디쯤에 위치하면서, 남다른 개성을 뽐내는 Utrecht.
내가 너를 만난 건.
Utrecht의 어느 한 노천카페.
햇살 좋은 하늘 아래 영어와 더치어가 섞인 메뉴판을 몇 번이고 접었다 폈다 반복할 그즈음.
옆 테이블에 보이는 노란 황금색 겉옷의 너를 보고는 무작정 따라 시켰더랬지.
노릇노릇 구워진 너를 마주했을 때, 그 안에 사과가 통째로 들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사과 안쪽의 시나몬 시럽은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선물이었어.
뭣도 모르고 따라 시켰는데 이런 만족감이라니.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는 작은 행복감을 줄 정도여서, 그 날의 Utrecht 돔 타워와 아래쪽 평화로운 커널의 장면이 너를 마주할 때면 떠오르곤 해.
오글거리고 허세 가득하게 너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누구라도 맛보게 되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그만큼 맛이 좋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좋은 모양과 맛을 내기 위해, 200도가 넘는 오븐에서 인내한 너에게 주는 나의 작은 경의의 표현이랄까.
문득, 돌아보게 된다.
난 이렇게 무엇을 위해 인내한 적이 있는지, 그 인내를 통해 누군가를 그토록 행복하게 해 준 적이 있는지를.
고맙다.
너의 멋과 맛.
너를 통해 생각하게 된 사사로운 것들.
그리고 간직하게 된 기억과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