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냥 문득 가끔은
'윈디시티'라는 별명을 가진 시카고는 바람의 매서움이 상당하고, 차량의 성애를 걷어내야 출근할 수 있다.
이 문장에.
시카고를 네덜란드로 그대로 바꿔 본다.
'윈디시티'라는 별명을 가진 네덜란드는 바람의 매서움이 상당하고, 차량의 성애를 걷어내야 출근할 수 있다.
평평한 땅과 매섭게 부는 바람으로 치자면, '윈디시티'라는 별칭이 네덜란드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한 겨울에 습한 기운과 함께 차량 유리에 겹겹이 쌓이는 성애를 볼 때면, 이곳이 시카고라고 약 10초만 자기 최면을 걸어도 걸릴 정도다.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네덜란드는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더라도 겨울이 상당한 습기로 인해 매섭게 춥다는 것. 영상의 온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시카고의 영하에서 느끼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다.
오늘은 출근길 차에 올라 시동을 걸다 성애가 낀 앞 유리에서 하트 모양을 발견했다.
그저 저런 모양이었는데, 갑자기 센티하여진 마음이 그 모양을 하트로 규정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저런 '모양'을 보고 아직은 '하트'를 생각해낼 수 있는 내가 스스로 기특(?)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출근길.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지난밤에 쌓인,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닥칠 스트레스를 미리 풀면서 가는 중간 즈음에서 나는 차를 세워야만 했다.
가끔은 오리나 작은 새들이 길을 막아섰다 달아나곤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백조 두 마리가 나를 맞이한 것이다.
저 둘에게 바퀴 네 개 달린 커다란 하얀색 덩치는 큰 위협이 아니었나 보다.
많이 늦진 않았지만, 출근길이라는 게 그저 뭔가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가야 제 맛(?)인데 이 친구들이 나를 세워 놓고 보내주질 않는다.
그리고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한다.
"뭐가 그리 급해? 좀 천천히 가. 그래도 괜찮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에, 두 친구는 나를 다시 한 번 더 지긋이 바라보고는 여유롭게 건너편으로 움직였다.
멋있는 멘트를 날리고 돌아서는 모습이 여간 뒤뚱거렸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났지만, 나에게 던진 그 목소리는 참으로 생생했다.
또다시 이어지는 출근길.
운하 옆 좁은 도로는 차 두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폭이다.
자전거나 이른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한쪽의 차는 기다릴 정도로 좁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우주 왕복선의 추진체 크기는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하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추진체 하나의 크기, 폭은 하나 당 4피트 9인치 (약 1.5m)를 넘지 않는다.
추진체를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기차가 동원되고, 전 세계 철도의 60%는 그 폭이 정확히 4피트 8과 1/2인치이기 때문이다. 더 재밌는 것은 철도의 폭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의 시절, 말 두 마리가 끄는 로마 전차의 폭에 맞추어졌다는 것이다. 즉 두 마리 말의 엉덩이 폭이 오늘날의 우주로켓 추진체의 폭이 된 것이다.
출근길, 그 좁은 도로를 가다 앞서 서행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를 맞이했다.
이 좁은 도로에 컨테이너 화물차가 들어온 것을 몇 번 보긴 봤으나 생각보다 그 좁은 도로를 아무 문제없이 잘 달렸다. 마주 오는 차가 있어도 나와 같이 잠시만 옆으로 붙어 달리면 그만이었다.
이내 드는 생각.
분명 내 머릿속의 그 크기는 더 클 것이라 생각해서, 이 좁은 길을 제대로 달리지 못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두려움이나 걱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두려움이나 걱정은 우리 머릿속에서 매우 크게 피어오르지만, 정작 일어나는 일은 작던 크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다.
로켓 발사체도 그렇고, 저 집채만 한 컨테이너 화물 차량도 그렇고.
우리의 걱정과 근심도 그렇고.
우리의 생각보다는 작은.
어쩌면 두 마리의 말 엉덩이 폭 정도에 지나지 않을 그것들 일지 모른다.
오늘 아침은 이렇게 출근하고.
이렇게 시작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