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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3. 2016

네덜란드의 봄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기대감. 또는 그저 호들갑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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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 네덜란드라고 해도 나는 믿겠다.


한글의 우수성이 가득 베어난 이 단어는 '싸늘하고 스산한 기운이 있다'는 뜻을 그 한 단어에서도 풍부하게 표현해낸다. 단어를 읽기만 해도 스산한 바람이 느껴지거나, 언젠가 그랬던 계절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정도다.


한국에서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스산한  그때의 잠깐을 이야기하는 정도지만, 이 곳 네덜란드에서는 이 단어를 떠올리는 시간이 어느 한 계절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강수일수 300일과 습도 높은 살을 에는 추위.

북해로부터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은 계절을 아랑곳하지 않고 을씨년스러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물론, 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은 최고조를 달한다.

소리를 지르며 부는 강풍과 비 그리고 어둑어둑한 하늘은 햇살 쨍쨍하고 모든 운하가 그 햇살에 반짝이며 천국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던,  그때의  그곳인지 의심을 품게 만든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봄은 반갑다.

매년 돌아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열광하고 또 열광한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못 겪어본 일도 아닌데,  지난겨울이 각자의 개개인에게는 그리 혹독했나 보다.


사실, 네덜란드의 겨울은 그리 혹한이 아니다.

평균온도 0~3도로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특별한 날일 정도라 곳곳의 잔디는 계절을 잊고 항상 푸르르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푸르른 잔디는 대조적이면서 특별한 모습을 연출한다.


그럼에도 을씨년스러운 건 한국의 영하 14도의 추위보다 더 매섭게 다가온다.

온도가 그리 낮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 가장 취약하게 느끼는, 습도 높은 추위와 바람이 한 몫한다.

전기장판 속으로 기어들어가고픈 추위라고 말하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아직 봄이 완전히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봄이 온 이상이다.


어떤 나무들은 앙상한 모습을, 또 어떤 나무들은 수줍게 옷을 치켜 입어 올리는 모습들이 새록하다.

살얼음판 위에서 애처롭게 잠들던 백조와 오리들이 유유히 물결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모습이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겨울과 봄에 대해, 우리는 선악이나 어둠과 빛의 상대적인 비유를 하곤 하는데 돌이켜보면 겨울도 겨울 나름대로 그 역할을 다하고 추억을 주었다.


매년 찾아오는 것들에 대한 이러한 호들갑은, 어쩌면 우리네가 100년을 훌쩍 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한계에서 오는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거나, 다가오는 것들에 대한 기대일지 모른다.




그렇게 봄은 오고 있고, 또 지나갈 것이다.

또 다른 계절에 대한 호들갑을 떨  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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