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지 않는 글쓰기
이 글 또한, 계산하지 않고 그저 덤벼든 결과다.
글쓰기 앞에 무너지는 이유
나는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
꾸준하지도 못하다. 글쓰기와 꾸준함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연관어인데, 그 둘과 나는 가깝지가 않다. 그러나 지금은 글쓰기 없이 살지 못하겠다. 글쓰기로 숨을 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을 글로 쏟아내다 보면, 나는 치유되고 위로를 얻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 매력과 위력을 알게 되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위력과 매력을 알게 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평범한 내 글이 쓸모 있을까.
배워본 적 없는데 글을 쓰면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꾸준히 쓰지 못할 거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누가 봐주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는데 글을 써서 뭐할까?
무언가를,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를 멈춰야 한다. 멈추지 않으면 그 사랑은 시작될 수도, 성립될 수 도 없다.
그러니까, 글쓰기 앞에 무너지는 이유는 명백하다.
시작에 앞서 우리는 철저하게 '계산'하려 들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다.
'계산'은 어떤 일이 자기에게 이해득실이 있는지를 따지고 살피는 것이다.
또는 주어진 수를 연산 법칙에 따라 처리하거나 그 수를 헤어리는 것.
글쓰기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돈이 될지. 하루에 몇 개의 글을 써야 책을 낼 수 있을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얼마만큼 달성해야 내 마음이 편할지. 서론, 본론, 결론은 어떤 비중으로 가져가야 할지. 분량은 어느 정도로 써내야 할지.
이미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이렇게 계산하듯 하면 글쓰기는 이어지지 않는다.
아니, 시작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계산'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가 정확해야 그것은 시작되고, 또 그것은 마무리될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삶엔 '시작'도 '끝'도 없다.
시간을 칼로 잘라 여기서부터는 '시작', 저기까지는 '끝'이라고 규명하고 싶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단순한가. 이미 삶은 시작하고 싶지 않아도 시작이 되었고,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이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졸업하면, 취업하면, 은퇴만 하면... 이라며 그 끝엔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착각하지만 오히려 그 끝엔 허무함과 원하지 않는 또 다른 시작이 있다는 걸 우리는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삶은 아무리 계산해봤자 큰 의미가 없다.
'글쓰기'는 '삶쓰기'이며, '삶쓰기'는 '글쓰기'라는 내 신념에 빗대어보면 글이든 삶이든 계산하지 않는 게 맞다.
그게 내 결론이다.
계산하지 않는 마음은,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계산하지 않는다 하여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삶을 방치하자는 건 아니다.
글쓰기는 내 삶을 방치하도록 그냥 놔두지 않는다. 계산하지 않되, 그것을 수용하게 한다. 방치하지 않되, 그것을 고찰하게 만든다.
내 글을 하나하나 모으다 보면, 그것은 웅덩이가 되고 호수가 되고 강이 되며 바다와 우주가 된다.
거대해지면 거대해질수록. 포용 능력은 늘어난다. 우리가 바다와 우주 앞에 입을 떡하니 벌리고 놀라는 건, 그것은 모든 걸 수용하고 포용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것에 치유의 능력이 있다면, 거대한 것엔 위로의 능력이 있다. 내 모든 걸 받아줄 거란 그 믿음이,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바다와 우주는 스스로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그저 존재한다. 그것을 계산하려 드는 건 사람들이다. 바다 앞에서, 우주 앞에서. 나는 내 마음의 자유를 일깨우고 싶지, 그것을 계산하여 무언가를 규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내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기간 동안 몇 개의 글을 쓸지, 어떤 분량으로 써 내려갈지에 대한 계산적인 생각은 잠시 내려놓는 게 좋다. 그저 내 의식과 마음을 그대로 꺼내어 놓는 것. 글쓰기라는 바다가, 글쓰기라는 우주가 내 모든 걸 받아줄 거란 믿음으로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무언가를 계산해야 할 때가 분명 있다.
다만, 그 '때'를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계산해야 할 때 계산하고, 그러하지 말아야 할 때 그러하지 말아야 하는데.
계산하지 말아야 할 때 계산하고, 계산해야 할 때 그것을 하지 않음으로 우리 삶은 고단 해지는 것이다.
그것을 구분하게 해 주는, 반성을 통해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는 것 또한 글쓰기의 선물이자 매력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뼈저리게 느낀다.
이 글 또한, 계산하지 않고 그저 덤벼든 결과다.
내 모든 걸 받아내어 줄 거란 글쓰기에 대한 믿음의 결과.
매일, 무언가를 써 내려가려는 이유다.
매일, 무언가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