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바라는 사람도, 시작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이어 가고 있는 사람도 모두 글쓰기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꾸준하지 못하니 글쓰기는 내게 언젠가는 하고 싶으나 당장은 못하겠는 언감생심의 것이었다.
그러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일상의 반복'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임을 알아챘다.
그저 그래 보이던 일상. 오늘과 다를 것 같이 않을듯한 내일. 그 무기력함 속에서 허덕이던 삶의 시간이 한 뭉텅이였는데, 글쓰기를 시작하니 평범한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근육을 만들고 단련하기 위해선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들었다 놔야 하듯이.
결국 우리 삶은 반복을 통해 나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꾸준한 것이다. 다만, 그것을 알아채느냐 아니냐의 문제. 글쓰기는 나를 인식하여 자각하게 만들고, 내 상태와 앞으로의 다짐을 구체화하는데 좋은 도구다.
우리 삶은 이미 꾸준하고, 생각보다 특별하다는 그 깨달음을 휘발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글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아 내 삶을 증명한다. 나는 한 시도 숨을 멈추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을 증명해야 한다. 삶과 생각 그리고 마음을 끊임없이 적어 내려가는 이유다.
그러나 영원한 반복은 없다.
끊이지 않는 깨달음도 없다.
때론 쉼이 필요하다.
생산을 위해선 소비를 해야 하고, 달리기 위해선 신발끈을 조여매는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강박적으로 우리는 꾸준해야 함을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압박을 가한다. 잠시 쉬어도 좋다. 하루에 글 한 편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꾸준한 글쓰기가 멈춘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삶은 이미 꾸준하다.
꾸준함은 매일매일 빠뜨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온 것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그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강박적 꾸준함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를 넘어뜨리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휴대폰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고 줄여 보듯이. '꾸준함'이란 단어를 확대하거나 줄여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을 줄여 거시적으로 보면, 꾸준함이란 점과 점의 연결이다. 그 사이 몇 개의 점이 빠졌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점과 점 사이에 공백이 있어야 선은 다양한 각도와 길이로 변형된다.
우리가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한 발을 떼는 불균형으로부터 시작된다.
잠시 쉬어 가도 좋다. 글쓰기는 나를 괴롭히는 주체가 아니라, 내 삶을 온전히 받아 내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