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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01. 2021

악플엔 용기가 없고 우리의 글엔 용기가 가득하다.

여러분과 나의 글엔 아주 큰 용기가 서려있다.

글을 쓴다는 건 큰 용기를 수반한다.

뭣도 모르고 글을 토해내던 글쓰기의 초반엔 오히려 용기가 필요치 않다. 어느 날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와 마음의 것들을 쏟아낼 때. 왜 이제야 글쓰기를 시작했을까를 후회하며, 그 후회들을 또 글로 써내는 작은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는 '용기'라는 말보다는 '열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 어떤 온도보다 더 높은 뜨거움. 그 뜨거움이라면, 그 누구라도 글을 써낼 수 있다.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무언가에 들떠 마냥 무언가를 쏟아낼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열정이다.


용기는 그다음이다.

열정이 사그라들었을 때다. 무언가에 취해 쏟아내어 놓은 그것들을 마주하는 용기. 속살을 드러낸 것과 같은 수치심은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글쓰기를 주위에 자랑하듯 알리지만, 결국 내 글을 두고 가타부타를 말하는 지인들의 수군거림. "이거 내 이야기야? 아니면 그 사람 이야기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이제 더 이상 글을 쓰지 말아야 하는 건가란 회의감까지 몰려온다.


글을 쓰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독자가 생기는 그 단계에 우리 모두는 취해있다. 마치 내가 무엇이라도 된 것처럼, 내가 유명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들떠있다. 그것은 열정이라는 기차에 석탄을 공급하는 것처럼 계속 온도를 올리지만, 온도엔 한계가 있고 너무 높은 온도는 내 소중한 것들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한다.


그러다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고, 독자가 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까지 더해진다면. 글쓰기는 멈춘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소재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악플이라도 받는다면?

악플엔 여러 종류의 단계와 수준이 있지만, 그것들을 떠나 악플은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맞을 거란 확신도,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다짐도.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나는 악플에서 용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악플은 취해 있는 나에게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때론 열정에 찬물을 끼얹어야 한다. 우리 자신은 하지 못하는 일이다. 열정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취한 줄 모른다. 깨어 나서야 그때 내가 취해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더불어, 악플엔 용기가 없다.

열정이 사그라든 후에도 글을 쓴다는 건, 아주 큰 용기를 내었다는 뜻이다. 누가 뭐래도 내 글쓰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 산을 넘어야 글쓰기는 이어진다. 숨을 헐떡이며 능선을 올라야 정상에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 올라야 내려가는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을 반복하며 우리의 글쓰기 폐활량은 늘어나는 것이고, 오르고 내릴 때의 기쁨과 슬픔을 온전히 글로 승화시킬 수 있게 된다.


글쓰기 앞에 멈춘 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열정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언젠간 식게 마련이다. 열정이 식었다고 내가 글을 못 쓴다거나, 쓰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다. 그때 용기를 떠올려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 어느 누군가의 악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의 말이나 글 속엔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과 나의 글엔 아주 큰 용기가 서려있다.

그것을 알아채야 한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또는 누군가 읽고 그것을 수군거린다 해도. 나는 어떻게든 내 것을 표현하고 내어 놓겠다는 그 마음의 크기는 고귀한 것이며, 그것은 용기 그 자체다.


용기를 낸 자가 더 크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나를 만들어갈 수 있는. 나를 완성해가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그 무엇.


그 용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멈추지 않는 용기가 다시 열정이 되고, 열정이 식었을 땐 다시 용기로 견뎌 나가는 그 과정삶은 결국 글쓰기가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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