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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8. 2021

미워할 줄 아는 용기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로 세련되게 미움 전달하기

온갖 미움이 난무하는 곳


뭔가 꼴사납고 마음에 들지 않아 거리끼고 싫어하는 마음.

'미움'이라는 본래의 뜻이다. 이 말의 어원은 분명치가 않다. 순우리말이지만 한자의 발음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고, 한글 이전 어느 낯선 나라에서 넘어온 말이 한글화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관점을 달리하여 생각해본다면, 이 말의 어원은 우리 '마음'과 '직장'이 아닐까 한다.

꼴사납다는 생각이 드는 건 마음의 작용이고, 누군가를 거리끼고 싫어하는 마음은 직장에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주는 것 없이 밉다'란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 직장이며, 굳이 눈을 부릅뜨고 찾지 않아도 주위에 그러한 사람이 넘쳐난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이유가 없는 것처럼, 미운 사람에게도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사람은 동물이므로 '생존 본능'이 있는데, 이 생존 기제가 작동하며 사고와 느낌 그리고 감정을 종합하여 자동으로 좋은 사람과 미운 사람을 판단한다.


나는 이러한 감정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든 생각과 행동은 '생존'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움받을 용기'란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까.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그 제목을 입에 달고 다닐 정도다. 더불어, 이 말만큼 직장에서 필요한 말도 없을 것이다. 인정과 칭찬보다는 지적과 욕을 먹는 일이 더 많은 직장인에게, 이 책의 제목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미움받을 용기보다 더 중요한
'미움을 줄 용기'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내가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처럼, 그 누군가도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한다는 것.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가 미움받고 있다면 애써 그 미움을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이유를 알려고 들지도 말고, 알아도 그리 도움 될 건 없다는 게 내 긴 직장 생활의 결론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미움받을 용기'보다, '미움을 줄 용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운 사람이라고 해서 감정적으로 대하면 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은 동호회가 아니다. 공동의 목표는 꽤 살벌하다. (어느 부서에 있든)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 월급이 나온다.

그러니, 내가 밉다고 해서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말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사람과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체의 합으로는 공동목표이지만, 개개인의 목표는 가지각색이라는 것이다.

직장이 잔인한 이유다. 같은 월급쟁이들끼리 지지고 볶는 이유다. 직장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서로의 갈등과 마찰을 통해 정반합으로 성장을 이루는 곳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미운 사람인데 개개인의 목표마저 다르다면 이처럼 피곤한 일도 없다. 하긴, 같은 팀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뛰더라도, 미운 사람은 어떻게든 밉다. 다시, 누군가가 미운 것에 이유 따윈 없는 것이다.


특히, 직급이 올라가면 이 문제는 더 커진다.

위나 옆으로 미운 사람은 제법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는데, 후배들에겐 영 그렇지가 못하다.


후배들 또한 이유 없이 호감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미운 사람도 있다.

물론, 겉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함께 일하고 대화하며 조금은 더 알아가려 노력하지만 첫인상의 그 느낌은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함께 일할 때, 그래서 조언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될 때가 있다.

크게 관심도 없는 친구인데, 괜히 조언을 주었다가 꼰대 소리나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미움' 대신 피드백, 피드포워드


운전할 때, 도로 위에 있는 차들을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직장에서의 인연과 만남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죽이 잘 맞고,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이것은 철저히 내 의도한 바와 분명 다른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밉다고 감정으로 대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이미 이것을 알고 있으니, 그렇다면 미워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은 결국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주니어땐 있는 그대로 감정을 그대로 발산하곤 했다.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좋아하는 사람과만 일하려 했다. 그러다 깨달은 놀라운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미운 사람은 좋아질 수 없고, 좋은 사람은 미워질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직장에서의 인연은 좋고 밉고가 아니라, 어찌 되었건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다시, 후배들에 대한 좋음과 미움이라는 그 마음으로 돌아가.

나는 용기를 내어 후배들과 커뮤니케이션하려 노력한다. 꼰대라 부르고, 라떼라 생각하더라도 나는 용기를 내어 감정 대신 조언을 주기로 했다. 왜냐하면, 결국 함께 잘 되어야 서로의 월급이 보전되는 사이이니까.


감정을 조금은 잠재우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바로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다.

'피드백'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아 잘한 것과 부족한 것을 돌아보는 화법이라면, '피드포워드'는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성장시키려 하고. 상대의 앞날을 함께 고민해주는 것.


이러한 과정은 그 사람을 덜 미워하려는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미운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이 사람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여 결국 내가 더 무언가를 얻고, 더 상장할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그 이유는 바다는 모든 걸 받아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바다는 우리를 미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품는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마음을 뻥 뚫리게 해 준다.


바다만큼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미워한다 하여, 유아적인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는 건 직장에선 자기 손해로 가는 지름길이다. 미워하는 사람과도 커뮤니케이션할 줄 알고, 그것을 통해 내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내 실력이다. 일 잘하는 사람에겐 좋고, 나쁜 사람은 감정의 요동이 아니라 내 성과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 기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성과를 안겨다 주어 Win-Win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미워하는 사람을 굳이 나누지 말 것.

미워하는 사람에게 감정이 아닌, 다른 소통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

미워하는 사람에게 '피드백'과 '피드포워드'로 미움을 줄 용기를 가질 것.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덜 미워하려 하거나 좋아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차릴 것.


미움을 줄 용기는, 내가 미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생겨날 수 있다.

얼마나 세련되게 미움을 전달할 수 있는가에 따라 우리네 직장생활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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