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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5. 2021

글쓰기라는 남는 장사

채워지지 않으니 계속 도전하고, 얻는 게 많으니 멈출 수가 없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욕구로 시작해 욕구로 끝난다.

내 하루의 행동과 선택의 끝을 곰곰이 돌이켜보면, 그 과정과 끝은 분명코 내가 바라는 무언가와 맞닿아있다. 간혹. 아니 자주. 그때의 내가 했던 행동을 후회할 때가 있을 것이다. 당최 그땐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여러 순간들이 과거 속에 뒤엉켜있다.


왜일까?

그때의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인데. 


마음을 돌이키고 돌이키다 나는 그 비밀을 알아냈다.

그 당시의 욕구를 지금의 나는 잊은 것이다. 욕구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욕구는 각인되지 않는다. 아는 맛이라도 또 먹게 되는 그 반복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젯밤에 라면을 먹은 걸 후회하는 나는, 어제의 내가 느낀 그 배고픔과 간절함을 잊은 채 머리로만 탓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욕구를 따라 산다.

내가 산 물건들, 내가 남을 대하는 태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들과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것들. 모두 욕구의 과정이자 욕구의 결과다.


그런데, 욕구만을 좇다 보면 허무함에 빠지게 된다.

욕구는 절대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만족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다시 비워지고 그 욕구를 다시 채우려 하거나 아예 다른 욕구가 개입되어 또 그것을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욕구는 각인되지 않는다. 그대로 소멸한다. 기억한다고 해서 멈춰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욕구만 좇다 보면 채워지지 않는 그것에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기 위해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

생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다. 


욕구가 훅하고 올라왔을 때, 그저 그걸 좇는 게 아니라 이러한 욕구가 왜 생겨났는지를 자문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기분이 왜 이럴까?
왜 떡볶이가 먹고 싶은 걸까?
왜 술을 마시고 싶은 걸까?
왜 친구를 만나고 싶은 걸까?


그러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바람에 팔랑이는 깃털처럼 욕구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게 아니라, 무게 중심을 잡아 스스로의 삶을 진중하게 끌어갈 수 있다.

사람은 질문을 하면 답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다. 내 기분을 살피고, 친구를 만나고 싶은 이유. 그것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무의식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또는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외로워서,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또 왜 외롭고, 어떤 스트레스로 나는 힘들어하는 것일까?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다 보면, 예전엔 회피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유쾌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그저 욕구를 찾아 뛰쳐나가는 것이다.


자, 이제 사람들은. 우리는.

욕구에 휘둘리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욕구만을 좇다 보면 남는 게 없다는 것도, 오히려 마음이 허무해진다는 것도.


나는 이 과정을 '남는 장사'로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다. 


예전엔 욕구에 휘둘리며 급발진하고, 내가 왜 생각지도 못한 행동과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며 살았다.

그러다 질문을 던졌고, 그동안 피해왔던 걸 마주하였는데 이 과정을 글로 남기니 삶에 더 큰 변화가 온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실체다. 반면, '욕구'는 실체라고 보기 어렵다. 실체는 내가 욕구를 따라가다 남긴 생각과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후회로만 남는다. 


이것을 '글'로 남기면 '작품'이 된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욕구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사람의 본능이다.

그렇다면 글감이 평생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느끼는 욕구와, 그것에 대한 질문. 그리고 지난날의 내 행동과 선택을 돌아보면 수많은 메시지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자신의 경험 체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고, 구축한 경험을 통해 조금은 더 성숙하게 삶을 살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것을 적어야 한다.

나에게 질문하고, 나에 대해 적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글쓰기'라 말한다.




글쓰기는 기록을 전제로 한다.

기록은 남는 무엇이다. 실체다. 그리고 각인된다.


글은 소멸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멸하고 휘발되는 것들을 기어이 붙잡아 실재화한다.


사람은 남는 장사를 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것 또한 욕구이므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채우려다 보면 얻는 게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남는 장사가 된다.


채워지지 않으니 계속 도전하고, 얻는 게 많으니 멈출 수가 없다.

글쓰기가 계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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