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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29. 2022

여행과 글쓰기 공통점과 차이점

여행 중의 여행은 또 어떤 '느낌'이자 '맛'일까?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다.

마지막 여행이 언제였는지를, 그러니까 마음 편히 마스크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을 손으로 꼽는데 그것을 세는 손가락이 하나 둘 더 늘어가고 있다.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새로움'일 것이다. 지긋지긋한 일상 즉, 새롭지 않은 것을 떠나 맞이하는 내 인생의 또 다른 날. 그것은 마음을 요동하게 만다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새로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전과 달리 생생하고 산뜻하게 느껴지는 맛'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가 영 새롭다. 그것은 새로움을 '맛'으로 규정한다. 더불어 그것을 '느낌'으로 정리했다. '느낌'과 '맛'. 그렇다, 여행과 딱 들어맞는 단어와 개념들이다. 우리가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은 '느낌'과 '맛' 그 자체일 것이니까.


어디서부터 어디를 가야 여행이냐는 기준은 딱히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어디 멀리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 여행이었다면, 요즘엔 호캉스도 여행으로 간주된다. 집 바로 옆 호텔을 가더라도, 일상을 벗어난다는 전제가 있기에 우리는 그것을 여행으로 받아들인다.


일상을 벗어난 시선은 꽤 흥미롭다.

이런 풍경이 있었구나, 이런 맛이 있었구나. 새로운 느낌과 맛은 삶의 지경을 넓힌다. 왜 그토록 찌들어 살았는지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가면 전과 같이 살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한다. 마치, 사무실에선 고군분투하던 그 모습이,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성냥갑과도 같은 건물로 치환하여 바라보면 부질없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내 삶의 범위와 모습은 꽤 새롭고, 아등바등하던 하던 그 모습들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볼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을 준다.


그러나, 막상 여행에서 돌아오면 삶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아무리 오랜 여행을 다녀왔고, 그것에서 느낀 것들의 양이 많다고 해도. 일상으로 회귀하면 그것들은 단 몇 시간 내에 소멸되고 휘발된다. 언제 여행을 다녀왔을까 싶을 정도다. 그저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오늘의 일상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여행 중독자의 금단 현상도 맞이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글로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

글캉스라고 해도 좋다. 앞서 여행은,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것을 느껴보는 맛'이라고 했다. 글쓰기는 이것을 가능케 한다. 여행과의 공통점이 상당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것.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써낼 때 느끼는 쾌감. 즉,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새로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몸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내 생각과 의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른다.. 현실의 여행은 비행기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글쓰기로 하는 여행은 그래서 시공간을 초월한다. 물리적으로 만들 수 없는 타임머신이, 글쓰기의 과정엔 존재하고 나는 그것을 타고 자유자재로 자아의 우주를 유영한다.


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잠시의 시간과, 그저 있는 책상과 노트북을 사용하면 된다. 이미 투자한 것에서 뽑는 기회비용과 감가상각은 꽤 짜릿하다.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의미가 덜했을 도구들이, 이제는 그 무엇보다 뛰어난 생산 도구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짐을 쌀 필요도 없다.

여독도 없다.


단지, 자기와의 대화와 뿌듯함이 남을 뿐이다.

아, '글'이라는 실체 또한 남는다. 그것은 나에게 자산이 된다. 한 마디로 남는 장하다. 현실에서의 여행이 어느 한 편 소비적이라면, 글캉스는 꽤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 떠난 여행이 잦아져 내어 놓은 것들이, 책이 되고 콘텐츠가 되어 나에게 돌아오고 있으니. 나는 이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나에게로의 여행이 최고다.

이것은 현실의 여행과, 글쓰기로의 여행에 모두 적용되는 이야기다. 결국, 여행을 통해 돌아보고 싶은 건 나 자신이 아닌가. 힐링과 쉼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다. 그것의 수혜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어느 여행을 떠나고, 선택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하는 삶의 핵심이지 진리.


나는 어느 하루를 꿈꾼다.

공포 없이, 걱정 없이, 마스크 없이. 여행을 떠난 어느 곳에서, 글을 쓰며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것.


여행 중의 여행은 또 어떤 '느낌'이자 '맛'일까?

나는 이내, 머릿속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이 아닌 곳으로 날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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