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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20. 2021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에게

실수가 반복된다면 내 무언가를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쿵"

출근 준비를 하느라 마음이 분주한 그때.

샤워 후 욕실에서 나오다 선반에 머리를 부딪쳤다. 발에 걸리적거리던 무언가를 치우려다 발생한 일이다.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이런, XX"

누구도 들을 사람이 없는 그 욕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사실, 바로 전날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어제 부딪쳐 놓고도 오늘 똑같이 부딪친 건 발에 걸리적거리던 그 어느 물건의 잘못도,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반 탓도 아니었다. 그저 내 잘못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순간적인 방어기제로 욕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실수는 그리 달갑지 않은 삶의 경험이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한 두 번은 좋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란 생각이 암흑처럼 몰려온다. 마음속 어두워진 방 한가운데 나는 이내 쪼그려 앉고 만다.


일을 하다가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일을 하고 있지만, 보내고 난 뒤 보이는 메일의 오타. 완벽하게 보냈다 생각했던 메일에, '첨부가 없는데요'란 회신. 작성할 땐 몰랐는데 앞 뒤가 맞지 않는 보고서 숫자와 문장들은 지독히도 반복된다. 이제 그만 따라와도 될 것 같은데, 실수는 그렇게 바닥에 들러붙은 껌딱지처럼 떼어지질 않는다.


실수를 한 뒤 바라보는 거울 속의 나는 처량하다.

굳이 거울을 볼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거울은 기어이 못난 내 모습을 우두커니 투영한다. 그 속의 얼굴은 굳어있다. 초라함으로 가득한 표정이다. 한 번 실수는 그렇다 치고, 반복되는 실수에 다그침이 쏟아진다. 그 다그침은 다름 아닌 나에게로부터다. 내가 실수하고 내가 다그치는 이 코미디와도 같은 일은 평생 반복되어 왔다.


물론, 실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스코틀랜드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박테리아를 배양기에 넣지 않고 휴가를 다녀왔다가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미국 방위 산업체 엔지니어였던 퍼시 스펜서는 마이크로파를 생성하는 진공관 전자관을 지나다가 주머니에 넣어둔 초코바가 녹아내린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전자레인지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명언도 빼놓을 수 없다.

"실수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은 새로운 일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사례와 명언을 떠올려보면 잠시 잠깐 위로가 되긴 하나, 결국 내 실수는 위대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이내 다시 시무룩해진다.

그리 고상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실수들이 반복되는 동안 내 입에선 더 많은 욕과 한탄이 양산될 뿐이다.


내가 내뱉은 욕을 오롯이 받아 들었던 그때.

난 행복하지 않았다. 머리를 부딪친 실수도 실수지만, 내가 내게 쏜 욕이라는 화살이 너무나도 아팠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가 반복된다는 건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해왔다. 하루 이틀 실수한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나에게 그리 못되게 굴었을까?


실수하는 나를 용납하지 않는 것.

실수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머리를 부딪쳐 아파하는 나를 돌아보지 못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저지른 더 큰 실수가 아닐까?


내 실수는 초라하다.

어느 위대한 발명과 발견, 누군가 멋지게 이야기한 격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지난날의 실수가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경험은 언제나 실수를 동반한다. 반대로, 실수는 경험 없인 일어날 수 없는 과정이다.


키워야 할 실수가 있고, 지워야 할 실수가 있다.

의미를 찾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키워야 하고, 그저 잊는 게 속 시원하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


'반복'은 나를 일깨우는 에너지다.

좋은 것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나에게 성장이 될 것이고, 실수가 반복된다면 내 무언가를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다음번에 머리를 부딪치면 허공에 욕을 쏘아대지 말고, 아픈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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