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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26. 2021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청소를 해야지

청소라는 물리적 속성이, 마음이라는 추상을 어루만진다.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란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실로 대단한 표현력이자 비유다. 마음이라는 추상에, 상처라는 물리적 속성을 덧입히니 그 누구라도 공감할 수가 있다. 예전 어느 드라마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엉엉 울면서 빨간약을 가슴에 바르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 드라마 작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마음의 상처'란 말을 듣고 나서, 그 명장면을 만들어냈을 테니까.


상처엔 무엇이 특효약일까.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다루고 있을까.


몸에 난 상처라면 우리는 연고를 바르거나 반창고를 붙인다.

상처 난 부위를 호, 하고 불어준 뒤 각자의 방법으로 그것을 바르거나 덮는다. 또는, 아주 작은 상처라면 그대로 두기도 한다. 영화 속 슈퍼 히어로와 같진 않지만,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의 자생과 회복 능력이 있으니까.


예전엔 상처 그 자체에 호들갑이었다.

내가 아프고, 내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또 다른 상처가 되어 나를 괴롭혔다.


그러나 이젠, 제법.

상처에 골몰하지 않고 상처가 생긴 이유를 떠올릴 줄 알게 되었다.


상처는 대개 마찰로부터 온다.

'마찰'은 혼자 일어나지 않는다. 두 개 이상의 물체 또는 두 명 이상의 입장 차이가 발생할 때 마찰이 생기고, 그것이 심하면 상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몸에, 마음에 그렇게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이미 마찰은 발생했고, 상처는 남았으며 몸과 마음이 쓰릴 때.

나는 청소를 시작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나는 간혹 아니 자주.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꽤 도움이 될 때가 많으니까.


청소는 정리와 정돈 그리고 쓸고 닦는 일련의 과정이다.

나는 그렇게 내 상처를 정리하고 정돈하며 쓸고 닦는다. 때론 사람 관계를 정리하고, 어지러운 내 마음을 정돈하고. 온갖 탐욕으로 가득 찬 마음을 쓸어 내고, 나도 모르게 거뭇하게 찌든 세상의 때를 닦아 낸다.


청소라는 물리적 속성이, 마음이라는 추상을 어루만진다.

사람은 움직이고 땀 흘리며, 무언가에 골몰할 때 치유된다. 청소는 그 모두를 내포한다. 주변이 정돈되고 반짝반짝 윤이나면, 나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다짐을 얻게 되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청소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청소 이후에, 다시 지저분해지고 때가 묻을 걸 나는 잘 안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또다시 청소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청소는 내게 있어 상처에 바르는 연고나, 그것을 덮어주는 소중한 반창고다.

상처도 아물고, 주변도 깨끗해지는 그 과정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불어, 정돈된 그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써내는 글도 내게 있어 짜릿함이다.


예를 들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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