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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3. 2021

아끼다 물티슈 될라

물티슈가 나에게 준 경종과 울림이 꽤 작지가 않다.

책상 위 말라비틀어진 물티슈를 바라봤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그 물티슈를 참으로 아껴 썼기 때문이다. 한 장 꺼내어 손을 닦고 나면, 그것을 그대로 버리는 법이 없었다. 책상 얼룩을 닦거나, 휴대폰이라도 한 번 더 닦거나. 그것도 모자라 바닥 어딘가에 얼룩이 없는지를 휘늘어진 물티슈를 들고 찾아 헤매곤 했다. 내가 이렇게 알뜰한 사람이었나를 자문하며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말라비틀어진 물티슈로 귀결되었다.

말라비틀어진 물티슈와 같은 것들은 삶 도처에 널려 있다. 아끼려다 버리는 크고 작은 물건부터, 사랑이나 배려 같은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것까지. 요는, '아끼다 뭐 된다'는 속담처럼, 정말로 결국엔 뭐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아낄 때 아껴야 하고 써야 할 때 써야 하는데.

나는 그것을 반대로 해왔던 것이다.


아낄 때 아끼지 못하고.

써야 할 때 쓰지 못하는.


아낄 때 아끼지 못하면 후회가 적립금처럼 쌓이고, 쌓인 후회들은 기한이 지난 세금이나 범칙금처럼 부풀어져 돌아온다.

아껴야 할 것을 아끼지 못했던 때를 돌아보면, 충동적인 경우가 많다. 이성과 합리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무언가에 홀려 허투루 소비하거나 내 모든 걸 내어 놓는다. 반대로, 써야 할 때 쓰지 못했던 때 나는 참으로 가난했다. 가진 것이 있었는데도, 베풀고 배려할 수 있었는데도.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부르짖으면서도, 나는 정작 스스로를 가난으로 내몰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살아온 내게 경종이 필요한 것일까.

말라비틀어진 물티슈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야, 아끼다 (말라비틀어진) 물티슈 된다. 그렇게 살지마!"


삶은 참 쉽지 않다.

그런데, 삶은 단순한 구석도 있다.


아낄 때 아끼고.

쓸 때 쓰면 되니까.


문제는 아무래도 내 마음이 아닐까 한다.

단순한 삶을 어렵게 만드는 건, 내 마음의 요동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내가 결심한 건.

부자의 마음으로 살자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챙기자는 것이다. 죽도록 아끼려 했던 것들이 부질없게 된 것들이 많고, 베풀며 손에서 놓자고 했던 것들이 더 크게 돌아온 경험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자며 가난하게 행동하고, 능력이 되면서도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나를 돌아보면 참 못나기 그지없다.


그러나 말라비틀어진 물티슈를 보며 깨달음을 얻고 이렇게 글이라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기특하다고 해줘야 할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말아야지.

나에 대한 증오와 분노는 충분히 아껴야지.


물티슈가 나에게 준 경종과 울림이 꽤 작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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