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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4. 2021

Q. ‘중년’이라는 말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마음속 계절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스테르담 직장인 심리카페 의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합니다.


Q. ‘중년’이라는 말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20대 후반에 회사에 입사해 곧 중년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한 길을 달리며 가장으로서, 또 조직의 리더로서 열심히 달렸다고 생각하는데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과 허무함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삶이 정체된 것 같은 요즘,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A.

아, 질문을 받고 격한 공감이 올라왔습니다.

이미 중년을 지나고 있는 터라 질문해주신 내용이 남 일 같지 않았거든요. 


중년은 참으로 가을을 닮은 것 같습니다.

봄이라는 시작부터 겨울이라는 끝을 삶에 비유할 때, 중년의 위치는 가을이 분명 맞다는 생각입니다. 시작의 설렘은 잊힌 지 오래고, 여름의 뜨거움과 풍성함은 온데간데없고. 떨어지는 낙엽과 같이 신체와 마음의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는, 게다가 노년이라는 겨울이 한 걸음 더 다가와 있기에 바람에 날리는 낙엽과 같이 마음은 어수선합니다. 


어학 사전을 찾아보면 ‘중년’을 ‘한창 젊은 시기가 지난 40대 안팎의 나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흔히들 마흔을 ‘불혹’이라고들 하죠. 다시, ‘불혹’은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란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불혹’이란 말을 역설로 받아들입니다. 

이치를 터득하여 안 흔들리는 게 아니라, 흔들릴 일이 너무나 많으니 흔들리지 말라고 일갈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분명, 그렇습니다.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가장으로, 리더로 열심히 달려왔는데 오히려 남는 공허함과 허무함 그리고 외로움. 마음과 자아가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빠지는 머리카락과 망가지는 몸 그리고 허무하고 공허한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중년이라는 가을을 부정하려고 할 때 괴로움과 번뇌는 더 크게 다가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계절은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겁니다. 더위와 추위를 탓하지만 결국 우리는 반 팔을 입고, 옷을 껴 입으며 계절을 받아들이고 또 보냅니다. 


더불어 가을은 추수의 계절입니다.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무언가를 얻으려 전전긍긍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 벌벌 떨기도 했고요. 중년 또한 생각보다 이룬 게 많이 없고, 미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쩐지 젊었을 때보다는 그것들에 좀 더 익숙해진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저 지금이 좋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이루고자 했던 게 많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추수한 건 무엇일까요?

작은 것 하나라도 이루어낸 것들을 내가 인정하며 살아왔을까요?

다시 한번 더 내게 있는 것들에 감사해하며 추수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에게 주어지는 외부의 계절은 어찌할 수 없지만, 마음속 계절은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가을을 지나 겨울이 끝이 아니라는 걸. 계절은 돌고 돌아,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걸 상기하면 중년이라는 가을을 부정하고 극복하려 하기보단 추수할 건 추수하고 잘 보내어 다음 계절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길 거라 믿습니다. 


중년을 앞두고 계신 분들, 중년을 지나고 있는 분들, 이미 중년을 지나 노년을 맞이하신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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