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Nov 29. 2021

[포토스토리] 멕시코의 뜨거운 자유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일 뿐. 뜨거움은 언제 어디에나 있던 것이다.

주재원의 숙명은 그리 낭만적이지가 않다.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환상이 있을 때의 여운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고 제품과 브랜드를 팔아 내는 과정을 나는 분명 사랑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사랑이 낭만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낭만' 이상의 '현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더더욱 공고해진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달콤함만이 아닐 뿐.


멕시코에 부임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낭만보다는 현실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회사와 집만을 오갔다.

쳇바퀴와도 같은 삶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축복에도 잠시 쉼이 필요하다. 반복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을 한 걸음 떨어져 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하는 반복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일까.

주말 오후. 따뜻한 햇살이 나에게 손짓하는 것을 느꼈다. 때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도 좋다. 그러면 자연스레 걱정과 근심은 나와 분리되어 잠시 쉼을 갖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으로 나는 발길을 옮겼다.

독립기념탑이 있는 멕시코 시티 중심가.


숫자로만 보이던 세상에서, 사람이 보이는 세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사람들은 갖가지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며 거리를 행진했다. 특별한 날이냐 물으니 꼭 그런 건 아니라 한다.


마치, '일상은 (그 자체로) 참 소중하고 특별하지 않나요?'라고 내게 반문하는 것 같았다.


굳이 이유를 묻지 않고 그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스럼없이 스스로를 치장하고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며 행진해 나아갔다.


아, 내가 중남미에 있긴 있는 거구나.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일 뿐. 뜨거움은 언제 어디에나 있던 것이다.


자유였다.

그것도 뜨거운 자유.


비록, 내 몸은 뻣뻣하여 그것을 온전히 내재화할 순 없었지만,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되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러면 됐다.

내 마음의 온도는 그것과 달라도 충분히 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될 테니. 그러니, 혹여 무엇을 보고 저렇게 되어야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내것은 내 것대로 두는 것을 연습하기로 한다.


그 연습의 효과는 꽤 크다.

그 효과는 삶이 당장 증명해 주니까.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지진이 나면 꼭 먹어야 하는 멕시코 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