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환상이 있을 때의 여운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사람들과 소통하고 제품과 브랜드를 팔아 내는 과정을 나는 분명 사랑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사랑이 낭만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낭만' 이상의 '현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더더욱 공고해진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달콤함만이 아닐 뿐.
멕시코에 부임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낭만보다는 현실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회사와 집만을 오갔다.
쳇바퀴와도 같은 삶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축복에도 잠시 쉼이 필요하다. 반복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을 한 걸음 떨어져 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하는 반복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일까.
주말 오후. 따뜻한 햇살이 나에게 손짓하는 것을 느꼈다. 때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도 좋다. 그러면 자연스레 걱정과 근심은 나와 분리되어 잠시 쉼을 갖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으로 나는 발길을 옮겼다.
독립기념탑이 있는 멕시코 시티 중심가.
숫자로만 보이던 세상에서, 사람이 보이는 세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사람들은 갖가지 복장을 하고 춤을 추며 거리를 행진했다. 특별한 날이냐 물으니 꼭 그런 건 아니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