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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30. 2021

그냥 쓰라는 거짓말

그냥 쓰는 게 아니라, 그저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오죽하면, '작가란 글쓰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까. 나는 이 정의에 격하게 공감한다. 써내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원하는 글을 척척 써내는 AI 로봇 작가가 있다면 그 생명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나는 그것을 존경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하는 글'은 무엇일까?

나는 사실 아직도 이것을 잘 모르겠다.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간혹은 나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대부분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린다. 지나보고 나니 내가 원했던 것이란 걸 깨달을 때도 있고, 원하는 줄 알고 영혼을 갈아 정성을 다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내가 원했던 게 아닌 경우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삶도 글쓰기 이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대세가 되고 있다.

너도 나도 글쓰기에 도전한다. 말 그대로 글쓰기의 대향연이다. 좋은 현상이다. 나는 어느 한 명이라도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와 아무런 관련 없던 내가 글쓰기를 통해 받은 선물을 헤아려 보면, 응당 그러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의 방법을 나누고, 글쓰기의 이유를 묻는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글쓰기 방법과 응원이 넘쳐난다. 이 또한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한 질문과 방향 없이, 글쓰기 방법과 응원을 먼저 취해버리면 글쓰기는 절대 이어지지 않는다. 항상 강조하듯, 글쓰기는 '어떻게'가 아니라 '왜'가 먼저여야 한다.


시중의 응원 중에는 '그냥 쓰라'는 말이 있다.

글쓰기 앞에 작아진 사람들을 위한 응원과 위로의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냥 쓰면 안 된다. 삶을 그냥 살면 안 되는 것처럼, 글도 그냥 쓰면 안 된다. 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말을 썼는지 안다. 우선 시작하라는 말일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덤벼들라는 응원일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나는 왜 글을 쓰려하는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써낼 수 있고, 글쓰기를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래서 나는 '그냥 쓴다'라는 말보다, '그저 쓴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우리는 왜 태어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그냥 살면 안 된다. 의미를 찾아야 하고, 설령 의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묻고 또 물으며 살아내야 한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때론 세상이 무서워 기를 펴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저 살아가야 하니까.


'그저'란 말이 품은 뜻.

'별로 새로울 것 없이 늘 그렇게' 말이다.


삶은 그리 새롭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함에 집착한다. 그 특별함이 보이지 않으면 그냥 살아가려는 경향이 짙다. 여행을 가야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아니다. 일상이 달리 보일 때, 일상이 가장 감사하다는 통찰을 얻을 때. 우리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설렌다.


글쓰기는 바로 그 '일상'을 쓰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쓰는 게 아니라, '그저' 써야 한다.


새롭지 않을지라도, 꿋꿋하게.

용기를 내어.




'그냥 쓰라'는 말은 응원으로 받아들이길.

그렇다고 정말 그냥 살거나, 그냥 쓰지 말길.


그저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의미와 통찰을 가득 찾아내길.

그것이 머리를 쥐어뜯더라도, 대문호가 되어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글쓰기를 이어가는 우리의 확실한 이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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