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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6. 2021

글은 새로움을 쓰는 게 아니다.

글쓰기는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보는 과정이다.

글쓰기를 하면 우리는 소재를 찾아 나선다.

소재가 없어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소재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재'는 '재료'를 말한다.

어원으로는 '본래의 나무'를 뜻한다. 나무를 깎고, 자르고 덧붙여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소재를 가지고 이리저리 다듬어 글을 써낸다. 소재는 이처럼 중요하다. 소재가 있어야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나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단 하나의 이견을 제기하자면.

소재는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숲 속으로 가 나무를 뽑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날마다 숲 속으로 갈 수도 없고, 힘겹게 나무를 뽑을 수도 없다. 또한, 이 나무에 대해서 썼다고 해서 같은 나무에 대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는 새로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때론, 요즘도 간혹 그러한 강박 아닌 강박이 생긴다.


그러나 글쓰기의 묘미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보는 것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새로움에 대해 쓰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예를 들어, 가보지 않은 곳에 여행을 가서 후기를 적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쓰는 것보다 더 쉽다. 새로운 곳에선 새로운 감정이 떠오르고, 보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것들은 생소한 것들을 마구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은 익숙한 것들 투성이고, 오히려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끄집어내기 싫은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생경한 느낌들을 얻기 위해 우리는 마냥 여행만 다닐 순 없다.

글을 쓰기 위해 새로운 소재만을 발굴할 순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봐야 한다. 여행을 갈 수 없다면,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며, 새롭지 않은 것들을 새롭게 바꿀 수도 있다.


자기 계발서들의 문구는 뻔하다.

거기서 거기다. 관점을 바꾸란다. 모든 건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문장을 보면 감흥이 없다. 시큰둥하다. 그러나, 막상 내가 어떤 일을 당하거나 어려운 상황이 되면. 우리는 그 문구들을 붙잡고 버틴다. 반 강제로 새롭지 않은 것을 새롭게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타의가 아닌 자의로 그 의미들을 찾아낸다면 어떨까? 새로운 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들과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을 재료로 삼아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반복되는 일상도 특별한 소재가 될 수 있고, 지겹도록 하는 매일매일의 내 일에도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아채야 한다.


생각만으론 쉽지 않다.

써야 한다. 글로 표현해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미와 깨달음은 폭죽 터지듯 튀어나올 것이다.


다시.

글쓰기는 새로움에 대해 쓰는 게 아니다. 새롭지 않은 걸 새롭게 보는 과정 그 자체다. 일상을 여행하게 만드는 힘이다. 여행 중에 발견한 것들,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해주는 명약이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

다만, 새롭게 보려는 의도들만이 가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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