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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0. 2021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글쓰기

그럼에도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

삶은 역설로 가득하다.

죽도록 무언가를 이루려 하면 되지 않고, 오히려 체념하고 나면 오는 것들이 꽤 있다.


젊은 날의 나는 그 엇박자가 싫었다.

삶의 부조리 같았다. 열심히 하면 잘 살고, 못된 짓하면 못 살아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문제는 열심히 산다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옳은지 그른지는 그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내가 무언가를 하면 항상 결과나 성과가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내게 주어지는 보상이 없다면 그만큼 허무한 게 없지 않은가. 그러나 역시나 삶의 역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노력한 것만큼 또는 그 이상의 것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러하지 않은 적이 훨씬 더 많았고, 성과가 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삶이 싫을 정도였다.

이렇게 엉망진창의 로직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신은 있을까. 정의는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허무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글쓰기를 만났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 게 옳겠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쓰기 시작한 글.

막다른 골목에 서면 사람은 겸허해진다.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자신을 낮추고 새로움을 지향한다. 그때 나는 글을 쓰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살고 싶었다. 다만 숨 쉬고 싶었고, 다만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글쓰기로 돈을 벌거나, 글을 책으로 내어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바란 게 있다면, 페르소나에 갇혀 희미해져 가는 나의 원형에 다시 희망의 불을 붙이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글이 책이 되었고, 내 고민과 사색은 콘텐츠가 되었다. 콘텐츠는 많은 분들에게 선하고 강한 영향력이 되었고, 그 가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익으로 환원되어 오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바란 적이 없다. 그것들을 목표로 글을 썼다면 아마도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도,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나는 책의 권 수나, 수익금이나, 구독자 수 등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글을 써 나가자고 마음먹는다. 무언가에 연연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엔 힘이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삶의 역설.

나를 괴롭히던 그것을 나는 이제 제법 활용할 줄 알게 되었다.




바라지 않는 글쓰기엔 나 자신이 진하게 녹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눈에 불을 켜고 키워드와 트렌드를 찾아내어 많이 읽힐 글을 쓰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그보단 내가 중심에 놓인 글을 먼저 써야 한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당장 구독자나 조회수가 늘지 않더라도.


그러하다 보면 글의 중심은 더 단단해질 것이고, 그것에서 나오는 깨달음의 힘과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다만.

그럼에도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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